[책] The Goal (더 골)

The Goal

Eliyaho M. Goldratt / Jeff Cox

동양문고

평소에 실용서를 주로 읽는 편이다. 그러다 보면 때때로 ‘스토리’가 그리워진다.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하고, 실감나는 상황에서 갈등과 이완이 반복되는 흥미진진한 그런 이야기 말이다. 그러면 소설을 읽으면 될텐데, 이래저래 시간 핑계를 대면서 실용서에 머물러 있는 것이 나의 독서습관이다. 그런데 가끔은 실용서 중에도 이런 스토리를 담고 있는 것들이 있다. ‘마케팅 천재가 된 맥스’가 그렇고, 바로 이 책, ‘The Goal’ 이 그렇다.  그러고 보니 이 책의 공저자인 Jeff Cox는 마케팅 천재가 된 맥스의 저자이기도 하다. 아마도 스토리 구성을 책임지는 사람이 아닌가 싶다. 어쩐지 스토리 전개방식이 비슷하다 했더니, 이런 이유가 있었나보다.

이야기 전개 방식은 문제의 등장 + 해결의 연속이다.

현재 등장한 문제점에 대해 주인공은 다양한 시도와 고민 끝에 해결책을 찾아내고,  잠시 좋아하다 보면 또 다른 문제가 나타나고, 그 문제를 또 다시 해결하는… 그러면서 어느새 주인공은 마케팅 (마케팅 천재가 된 맥스) 이나 목표관리 (The Goal) 의 달인이 되어 간다. 그 과정에서 주인공이 얻는 교훈을 독자들에게 주입하기 보다는 자연스러운 이야기를 통해 설득력 있게 전달하고 있다는 것이 이른바 ‘스토리 텔링 실용서’의 장점인 것 같다.
저자인 골드랫은 이스라엘 물리학자이다. 생산 스케줄링 상담을 하다가 물리학에서 얻은 발상과 지식을 통해 해결책을 제시했고, 이를 정리한 것이 TOC (Theory of Constraints) 이다. 책 속에 저자는 폐쇄 직전의 상황까지 치달은 공장을 살려내야 하는 공장장인 알렉스에게 중간중간에 도움을 주는 ‘요나 교수’로  투영되어 있다. 이름에서 스타워즈의 ‘요다’를 연상하게 되는데, 책 속에서의 느낌 역시 비슷해서 공장을 보지도 않고 상황을 꿰뚫어 보는 ‘Guru’ 역할을 한다. 요나 교수 역시 물리학자이고, 이스라엘 인이고, 주제를 전달하는 스승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볼 때 저자가 본인을 직접적으로 캐릭터를 통해 개입시켜 놓았다고 보아야 할 것 같다.

이제 좀 더 책의 내용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자. 쓰러져 가는 공장. 최후통첩으로 주어진 3개월 내에 성과를 내지 못하면 승승장구 하던 알렉스는 실업자가 될 신세이다. 공장 운영에 일대 혁신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한 알렉스는 요나 교수가 던져주는 과제들을 직원들과 해결해 내면서 공장을 성공적으로 회생시킨다. 시작은 목표를 분명히 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공장이 돈을 버는 것이 목표이고, 이를 위해서는 현금창출률을 증가시키고 재고와 운영비용을 동시에 줄여야 한다. 아무리 혁신적인 기술이라도 목표에 기여하지 못하면 (즉, 현금창출률, 재고, 운영비용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다음 던져진 과제는 병목자원을 찾아내는 것이다. 병목자원은 그 자체로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전체의 성과를 결정짓는다. 특히 제조업처럼 생산에 필요한 일련의 절차가 serial 하게 구성되어 있는 경우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병목자원의 부하를 줄이기 위해 전체 자원을 재배치 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주인공을 비롯한 ‘공장회생팀’이 정리한 5단계 시스템은

1. 시스템 내 병목자원을 찾아낸다.

2. 병목자원을 최대한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한다. (유휴시간 절감 등)

3. 위의 결정에 다른 모든 공정을 종속시킨다. (모든 공정이 병목자원의 리듬에 따라 행진하도록)

4. 시스템 내 병목자원을 향상시킨다. (보다 덜 효율적인 예전 공정을 재도입하여 병목자원 부하를 줄인다)

5. 4단계 이후의 상황을 점검해, 전체 과정이 목표에 부합되는지 피드백한다.

* 병목자원이 시스템의 성과를 제약하지 않으면 이 자원은 더 이상 병목자원이 아니다. 병목자원은 상황 변화에 따라 달라지기 마련이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 얻어야 하는 통찰은 결국 ‘변화’에 대한 것으로 귀결된다.

1) 무엇을 변화시켜야 하는가?

2) 어떤 방향으로 변화시켜야 하는가?

3) 어떻게 변화를 일으킬 것인가?

이 세 문제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 어떤 문제에 대해서도 중심을 잡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책의 뒷부분에서 공장이 성공하고 난 다음의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공장이 성공하는 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성공의 노하우를 팀원들이 다시 모여서 체계화 시켜서 지속적으로, 또 다양한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정리를 한 것이다. 이 부분이 흥미로운 것은 ‘시스템 설계’ 에 대단한 의미를 부여하고 또 굉장히 뛰어난 서구 (특히 미국)적 접근이 엿보였기 때문이다. 나아가서 주인공은 자신이 고안한 시스템 5단계 정리에 그치지 않고 제 2의 요나 교수가 되는 데에 성공한다. 즉, 변화에 대한 질문과 답의 과정이 결국은 이 모든 과정을 통찰하고 해결해 나갈 수 있는 ‘고수’의 접근법이라는 것이다. 이를 통해 요나 교수는 공장을 보지 않고도 답을 가지고 있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책은 전반적으로 흥미롭게 읽었는데,  역시 ‘적용’의 문제에 관심이 간다. 제조업이 아닌 서비스업이나 나 자신에게는이 책의 교훈을 어떻게 적용시킬 수 있을까? 나의 목표를 점검하고, 목표 달성을 저해하는 병목요소를 찾아서 제거하는것. 나에게도 충분히 적용해 볼만한 일인 것 같다.

또 한편으로는 ‘시스템 설계’에 대한 노력을 더 해야겠다. 하나의 문제 해결이 아닌 일반적인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프로토콜을 정의하고 다듬는 일. 이는 분명 개인적인 차원에서도 시행착오를 줄이고 불확실한 미래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게 하는 동력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