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의 마음을 사는 회사, 정을 떨어뜨리는 회사

어제 간만에 미국에서 공부하다가 취업을 하게 된 욱진이랑 만나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유학, CS를 공부한다는 것, 마케팅, 취업, 연구, 우리나라의 미래, 기업들의 리크루팅, 결혼, 연애 등등 폭넓은 주제에 대해서 이야기 했다.

그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MS의 리크루팅 전략.

물론 이 친구가 MS에 입사하기로 결정을 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좋은 점을 부각해서 이야기 했을 수도 있지만 여러 가지로 우리나라 기업의 ‘인재 끌어들이기’ 접근법과는 시작부터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이 글에서는 MS와 우리나라 기업을 비교하면서 기업들의 인재 정책은 어때야 하는가에 대해 조심스럽게 건드려보고자 한다. 물론 매우 편협한 정보만 가지고 판단하는 것이라 객관성이나 보편성을 갖추었다고 말하기는 어렵겠지만 말이다.

1. 회사와 직원의 관계

1) 직원은 고용되어 회사의 목적에 부합하는 일을 수행하는 하나의 부속품이다.

2) 회사는 직원들이 하고싶은 일을 하고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조직이다.

1)의 사고방식을 가진 회사에서는 직원이 회사에 종속되어 회사를 도와야 한다. 자연히 면접을 볼 때는 생각보다는 skill 위주의 평가를 하게 된다. 연수나 교육과정을 거치면서 본인의 의사와는 (때때로) 상관 없이 엉뚱한 사업부로 발령 나기도 한다. 회사는 ‘하라면 해야 하는’ 공간이다.

2)의 사고방식을 가진 회사에서는 면접을 볼 때 면접자의 꿈과 회사의 방향이 어떻게 일치할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면접자의 능력이 회사 안에서 만개할 수 있을지를 면접자와 함께 고민한다. 그 과정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포지션을 만들어 내거나 그렇지 못하면 아예 고용을 하지 않는다. 또는 솔직히 면접자에게 지금 그러한 포지션은 불가능하지만 대안으로 이런 자리가 있으며 1년 내에 원하는 포지션을 만들어 주겠다는 식으로 제안한다.

결국 말장난으로 보일 수도 있다. 일 자체는 거기서 거기가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또한 그래봤자 어차피 능력을 평가하는 건 어디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능력’은 어느 조직에서나 필요하고 또 인정받는 덕목이니까.

그러나 회사와 직원의 관계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서 마음가짐과 충성도는 현격한 차이를 나타낸다. 이른바 Employee Experience의 수준이 다르다고나 할까. 직원이 만족하지 못하면 회사의 발전이란 없는것 아닌가.

2. 마음을 사라

“우리는 돈을 많이 주지는 않습니다. 돈을 많이 벌려면 금융계로 가야지요.”

한 한국기업의 담당자가 미국 대학에서 엔지니어들을 대상으로 개최한 캠퍼스 리크루팅에서 한 첫마디이다.

장난하냐 지금?

돈을 많이 줘서 학생들을 끌어들여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물론 그럴 수 있으면 그렇게 하는 것도 아주 바람직하지만 🙂 그것보다 문제는 일단 마음을 사는 데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연봉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기 전에 ‘이 회사에 꼭 입사해야겠다’는 결심이 설 수 있게 만들 수 있어야 한다. 그렇기에 MS가 면접자들을 공항에서부터 렌트카를 해 주고 스위트룸에서 묵게 하고 리무진으로 픽업을 하고 고급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이고 면접 선물로 Xbox 360에 Vista에 Office 2007을 뿌리는 것이다. 단지 마음을 사기 위해서…

3. HR (Human Resource) 정책

HR 에 대해 아는 것은 사실상 전무하지만 HR 정책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단순히 사람을 뽑고 관리하는 수준에서 그치는 정책은 회사의 경쟁력까지 위협할만큼 위험한 발상이다. 직원들의 능력을 계발시키고 적정 포지션에서 근무할 수 있게 하는 ‘당연한’ 역할이 일단 필수적이다. 그 뿐 아니라 전략적으로 직원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다양한 전략과 전술이 수반되어야 하지 않을까. 보상으로 주식을 나누어줄 때는 어떤 방식으로 나누어 주어야 좋을지, 근무제도는 어떻게 해야 최대의 효율을 끌어낼 수 있을지 등에 대한 꼼꼼하고 세밀한 정책이야말로 직원들을 신바람나게 하고 회사에 대해 강력한 소속감을 느끼게 하는 원천일 것이다.

4. 마치며

누가 몰라서 안 하나? 여건이 안 되니까 안 하지?

누구든 할 수 있는 말이다. 그런 사람들은 아마도 이렇게 이야기 하겠지.

‘큰 회사니까 이렇게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 물론 맞는 말이다.

그러나 ‘작은 회사니까 이렇게밖에 할 수 없다’는 틀린 말이다. 이런 마인드는 결국 그 회사를 그만한 크기에서 더 크지 못하게 하는 심리적인 벽이 된다.

‘이렇게 했더니 큰 회사가 된건 아닐까?’

최고의 인재들이 앞다투어 우리나라 기업에 입사하고 싶어하는 그 날이 왔으면 좋겠다.

Author: mcpanic

어떻게 하면 보다 사람냄새 나는 기술을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는 Human-Computer Interaction (HCI) 연구자 / 컴퓨터과학자 / 새내기 조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