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언어로 이야기하라

전문가 (professional)가 된다는 것은 특정 도메인의 언어를 구사할 수 있게 된다는 것과 같은 말이 아닐까. 게임의 법칙을 이해하고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그 판의 player 들이 바로 professional 이라고 생각한다. 논문을 하나 읽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생각이 든 걸 보니 내가 ‘논문의 언어’를 구사하기까지는 아직도 먼 길이 남아 있나보다.

  • 변리사 – 특허 기술의 언어 (자연언어를 그들만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의 변환)
  • 학자 – 논문의 언어 (정형화된 논문작성 방식과 실험, 분석, 인용의 정의된 형태)

‘그들만의 언어’는 왜 존재하는 것일까? 우선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임시방편적이지 않은 보편타당한 기준을 귀해서다. 기준이 있어야 판단과 평가가 가능하고, 판단과 평가가 가능해야 performance 를 측정할 수 있다. 수행능력의 측정이 모든 전문가들에게는 핵심적 요소이기 때문에 객관적, 통일적이고 엄정한 기준이 마련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또 하나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진입장벽을 높이기 위해서이다. 전문가 집단은 기본적으로 보수적이다. 수년간의 mastery process 를 거쳐서 힘들게 전문가가 되는 것이 일반적인데, 누구나 별다른 노력 없이 이 집단에 드나들 수 있다면 노력이 의미 없어진다. 자연히 수 년 간의 수련을 거치지 않고서는 익힐 수 없는 스킬들이 도메인 곳곳에서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이러한 생리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보면, 진입장벽이 높을 수록 보다 보수적인 커뮤니티가 생성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리고 대체로 사회에서 가장 ‘쳐 주는’ 집단이 이렇게 보수적인 커뮤니티인 것 같다. 그래서인지 의사, 변호사 등의 이른바 ‘전문직’ 커뮤니티는 이 장벽을 유지하는 데에, 아니 보다 굳건히 하는 데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 같다.

Author: mcpanic

어떻게 하면 보다 사람냄새 나는 기술을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는 Human-Computer Interaction (HCI) 연구자 / 컴퓨터과학자 / 새내기 조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