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감이 없다구?

유학생활을 하면서 여러가지 좋은 일 나쁜 일이 있겠지만 외부상황이 아닌 스스로의 답답함만큼 안타깝고 또 힘든 벽이 없는 것 같다. 이렇게 쓰고나니까 엄청나게 큰 시련을 겪고있기라도 한 것처럼 보이는데, 그런 건 아니고 그냥 ‘자신감’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요즘 내가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은 학기말에 몰아치는 프로젝트와 과제도 아니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아니다. (이거 물론 상당히 힘들기는 하다 ㅋ) ‘내 모습’을 보이지 못하는 것이 가장 힘들다.

 

내가 가지고 있는 능력과 생각, 아이디어를 충분히 표현하고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이 방해를 하고 있는걸까? 생각의 끝에 문제의 원인은 ‘자신감의 부재’에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렇다면 자신감이 왜 없는 것일까? 크게 두 가지 측면의 자신감이 문제인 것 같다.

 

영어에 대한 자신감이 하나다. 내가 이렇게 말하면 틀릴 것 같기도 하고 발음도 어색할 것 같고 상대방이 못알아듣거나 영어 못한다고 무시할 것 같아서 망설이는 게 생기는 것 같다. 이건 너무 영어를 잘해보려고 애써서 그렇다는 생각도 든다. 외국인처럼 안 보이려고, 실수를 안 하려고 신경쓰다보니 정작 중요한 내용보다는 그 말이 나오는 형식에만 집중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대화의 맥을 놓치기 십상이고 집중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한국에 유학온 외국 학생에게 우리나라 말 못한다고 실력을 무시하는 건 아니지 않는가.. 오히려 영어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적극적인 의사표현을 하지 않으면 실력이나 의지가 없다고 오해받을 수 있다. 그런 것보다는 외국인이니까 영어는 좀 못해도 이해해달라고 말하고 의사표현을 명확하게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또 하나는 분위기에 대한 자신감이다. 미국인들이, 스탠포드가, HCI group 이, 수업이, 교수가 어떤 분위기인지를 잘 몰라서 뻘타치거나 실례를 범할까봐 두려운 것이다. 그러나 이제 온 지 6개월이 되었다. 분위기 파악은 나름 자신있는 터였는데, 이제는 대충 파악을 한 것 같다. 좀 과장해서 이야기하면 남 신경쓰지 않고 마음껏 뛰놀아도 설쳐도 되는 분위기다. 이런 데서 나의 진가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말그대로 남들보다 더 나서고 설쳐야 한다. ‘보이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미국에서는 자신의 의사를 분명하게 표현하고, 자신감있게 보이는 적극적인 사람을 높게 평가하는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는 약간 건방지거나 말만 거창해보이는 수준 정도가 가장 적절한 수준인 것 같다. 그것이 미국 스타일이다. 한국인 유학생 중에 자신의 의견을 정확히 반영시키지 못하는 것 때문에 연구성과를 남에게 빼앗기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적어도 뒤에서는 고생 다하고 인정 못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 좀더 자신있게, 두려움 없이 현실에 맞서자.

 

어제 같이 연구하는 애 중 괴짜 스타일의 4년차 박사 녀석이 고마운 충고이자 뜨끔한 이야기를 했다. 아 물론 영어로-_-;;; 들을 때는 얼굴이 화끈거리기도 했지만, 곱씹어 볼수록 맞는 이야기이다. 잊지 않아야겠다.

“교수와 친구처럼 편하고 격의없이 이야기하지 못하면 연구에 발전이 없어. 연구 미팅이 있을 때는 어떤 의견이든 마음에 든다 안 든다 좋다 싫다 Speak up! 해야된다고.. 니가 필요한 것, 하고싶은 것, 불만인 것을 솔직하게 이야기 해야돼. 니가 어떤 유명한 연구자를 만나더라도 그 사람의 연구주제나 의견이 마음에 안 들면 ‘당신 연구 정말 !@$ 같아’ 라고 말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