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나의 사람이란

It’s almost a cliche, but still worth re-iterating:

힘들 때 옆에 있어주는 사람은 결국 끝까지 남는다. 친구도 그렇고 연인도 그렇다.

내가 즐겁고 좋은 상황에 있을 때에는 누구와도 잘 지낼 수 있다. 특히 나는 누구랑 부딪히고 날 세워 대립하는 걸 극도로 싫어해서 그냥그냥 둥글게 지내는 건 자신있다. 문제는 내가 그렇게 할 수 없을 때. 심신이 지쳐있고 곤경에 빠져있고 힘들 때다. 내가 풍족하고 즐거울 때는 세상을 함께할 것처럼 같이 하다가 내가 외로워지고 힘든 상황이 되면 등을 돌리는 야속함. 그러면서 나의 잘못을 지적하는 고통. 그 말에서 오는 죄책감과 배신감. 그럴 때마다 나는 부족하게도 나는 관대하게 나를 다스릴만큼 성숙하지 못하고 남 탓을 한다 아직도.

 

이렇게 힘든 상황이 되면 가장 적나라하고 깊은 곳의 나와 마주하게 된다. 무섭기도 하고 추한 모습도 있지만, 피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안다. 그 모습과 마주해서도 부끄럽지 않고 당당할 수 있는 내가 되어야지.

 

이런 상황을 이겨낼 수 있는 건, 내면의 힘보다는 주위의 도움이다. 가장 힘들고 비참함을 느낄 때 비로소 진정한 나의 사람들이 빛을 발한다.

 

먼 곳에서도 내가 힘들 때마다 긴 시간 통화해 주면서 이야기 들어주고 함께 고민해 주는 친구들.

또 가까이 이곳에서 대화로 정성으로 나에게 힘을 주는 친구들.

 

과연 나는 그들이 힘들 때 내가 받은만큼 그들에게 도움되는 사람이었는지 새삼 반성해 보게 된다. 상대방 역시 내가 자신에게 등을 돌렸다고 믿을 것이기 때문이다. 스스로 아직도 그릇이 많이 작음을 느낀다. 아직도 나는 나만의 관점을 벗어나지 못했다. 미움보다는 이해로, 자존심보다는 배려로 어쩌면 일방적인 배신이 아니라 서로에게 더 좋은 결정이었다고 생각할 수 있게 되길.

Author: mcpanic

어떻게 하면 보다 사람냄새 나는 기술을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는 Human-Computer Interaction (HCI) 연구자 / 컴퓨터과학자 / 새내기 조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