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형 인간

사이쇼 히로시 지음 / 최현숙 옮김
한스미디어

“아침잠은 인생에서 가장 큰 지출이다” –카네기-

저자는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단순 명료한 주장을 한다 – 아침형 인간이 되어라.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아침을 잃어버린 사람들’ 에서는 아침이라는 시간이 왜 중요한지, 이 시간에 왜 깨어 있어야 하는지에 대해 설명하고 야행성 생활로 인해 생기는 정신, 건강 상의 악영향을 강조한다. 이어지는 ‘아침형 인간이 성공한다’ 에서는 주제 그대로 아침 시간을 잘 활용하여 성공한 사람들의 다양한 사례를 통해 아침형 인간으로의 전환을 촉구한다. 100일(14주) 프로젝트라는 부제가 붙은 ‘어떻게 아침형 인간이 될 것인가’ 에서는 실제 아침형 인간으로 생활 습관을 바꾸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과 예시 절차, 주의해야 할 점 등에 대해 단계별로 14주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아침 시간이야말로 자연적, 생리적, 정신적, 신체적으로 가장 활동하기에 이상적인 시간이다. 이 시간에 깨어나 스스로에게 도움이 되는 활동을 함으로써 시간을 더욱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저자에 따르면 수면은 짝수 시간 단위로 하는 것이 과학적으로 렘수면과 비렘수면 주기를 고려할 때 좋으며, 저녁 11시에 자고 오전 5시에 일어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한다.

몇 년 전 그야말로 아침형 인간 열풍을 몰고 왔던 이 책을 이제 와서야 새삼스레 읽기로 한 것은 지금의 내 생활에 무언가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하고 싶은 일이나 해야 할 일이 생기면 ‘주중에는 시간이 없으니 주말에 몰아서 해야지’ 라는 생각으로 하나씩 모아놓다가 막상 토요일이 되면 몸은 정말이지 말을 듣지 않는다. 이러다가 일요일 저녁이 되면 후회스러운 생각이 들고.. 이러한 생활 패턴이 반복되다 보니 할 일은 쌓이고 한 일은 없어 의욕이 꺾이게 되고, 이렇게 시간이 계속 흘러가면 안 될 것 같은 위기감이 들었다. 그 때 회사 서고에서 눈에 들어온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이 책에는 감동스러운 구절도, 뛰어난 글솜씨도, 풍부한 내용도 없다. 그러나 무엇보다 돋보이는 것은 사람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었다는 것이다. 정상적인 사회 생활을 하는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시간부족을 탓할 것이고, 시간 활용을 더욱 잘 하고자 할 것이다. 기존의 다양한 시간 활용 방법들이 깨어 있고 할 일이 많은 ‘부족한 시간’ 자체를 경영하는 법에 대해 다룬 반면, 이 책은 새로이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을 창출하라고 말한다. 시간관리에 있어 블루오션을 창출하라는 것 아니겠는가! 누구나 쓸 수 있을 법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이 책이 이렇게까지 회자되고 유명해 진 것은 적절한 타이밍에 적절한 제목과 내용을 갖추고 책을 낸 덕이 크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많은 독자서평에서 말하고 있는 ‘너무 획일적이고 단편적인 방법만을 강조한다’는 의견은 개인적으로 책의 핵심요소를 짚은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모든 방법론이 그렇듯, 결국 관건은 얼마나 그것을 자기에 맞게 받아들일 것인가 하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나는 어려서부터 제대로 아침형 인간이었다.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항상 9시~10시면 잠이 들어서 4~5시에 일어나곤 했으니.. 고등학교에 들어와 공부를 좀 더 많이-_- 하게 되면서 습관이 조금씩 변했던 것 같다. 밤잠을 줄이기 위해 노력했고, 그래도 여전히 새벽이 가장 공부가 잘 되는 시간이었고 그 시간에 하는 것이 효율적이었던 것 같다. 생활습관이 결정적으로 망가진 것은 대학에 들어와서이다. 모든 역사는 저녁에 이루어진다고 했던가? 모든 모임, 행사, 약속은 저녁이었고 동문회, 합창단 뒷풀이, 친구들 술자리 등은 밤새기가 부지기수. 시험때만 되면 밤샘을 해야 했고, 이래저래 악순환이 되면서 몸도 많이 축났던 것 같다.

오히려 회사를 다니면서 생활이 많이 편해졌다. 물론 회사 일은 힘들고 지치기는 하지만 규칙적으로 생활하게 되었고 밤시간의 방황이 현격히 줄어들었다. 그러면서 내 원래의 템포를 되찾고 싶어졌고, 주말과 같은 큰 시간들이 아니라 매일매일의 시간들을 보다 효율적으로 보내야 할 필요성 또한 커졌다. 이 책이 나에게 준 도움은, ‘실행’을 가속화시켜 주었다는 것이다. 언젠가 해야지 생각만 했던 일을 당장 시작하게 한..

10월 10일부터 시작했다. 우선 12시에 자고 6시에 일어나는 것부터. 11시~5시로 갈 것인지는 아직 불명확하지만 필요하다면 그렇게 할 생각이다. 하루하루 일지를 만들고 있다. 아침 시간이 생기니 공짜로 뭔가 얻은 것 같기도 하고, 이틀차에 느끼는 바로써는 아주 만족스럽다.

Author: mcpanic

어떻게 하면 보다 사람냄새 나는 기술을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는 Human-Computer Interaction (HCI) 연구자 / 컴퓨터과학자 / 새내기 조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