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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Apr/108

학회에서 Socialize 하기

학회에서는 논문발표보다 술자리에 가라는 주옥같은 격언(?)이 있다-_- 나와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다양한 연구자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것이 학회인만큼, 그만큼 그들과 친해지고 연구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는 것이 의미있다는 뜻일 것이다. 중요한 부분인 것은 알겠는데, 문제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제 겨우 미국 학회에 두 번 참가한 풋내기가 이런 것이 쉽다면 그것 또한 이상하기도 하겠지만… 이번 CHI2010 학회에 다녀와서 (후기는 여기에) 문득 학회에서 socialize 하는 것에 대해 여러가지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Socialize 를 하는 상황들

학회 내내 수시로 벌어진다. 아침과 오후에 있는 30분~1시간씩의 coffee break 는 물론이고 세션 사이의 잠깐의 쉬는 시간, 점심시간. 그리고 공식/비공식적으로 열리는 학회 리셉션과 회사, 학교에서 주최하는 파티, 아이들끼리 몰려가서 노는 밥과 술자리, 그리고 Student Volunteer 파티까지. 이 때마다 흔히 일어나는 광경은 삼삼오오 사람들이 모여 서로를 소개하고 그야말로 수다를 떠는 것. 과장 좀 보태서 학회에 갔던 5일 정도의 시간 동안 100번 정도는 자기소개를 했던 것 같다.

 

왜 어려운가

- 나를 각인시키기 어렵다. 이제 막 박사과정 시작하는 학생으로 아직 내세울 것이 없다. 변변한 연구가 있는 것도 아니고. 대가들을 보면 흔히 ‘xxx 분야의 대가 yyy’ 하는 식으로 강한 연관을 지을 수 있다. 학생들의 경우 보통 학교와 지도교수로 연관짓는 경우가 많은 듯. 혼자만의 생각일수도 있지만 백인들의 경우 아시아인들의 얼굴을 좀더 잘 기억/구분 못하는 것 같기도 하다.

- 할 이야기가 없다… 연구의 경우 할 얘기가 좀 있다. 그러나 술마시고 떠드는 자리에서 연구 얘기만 할 수는 없는 법. 그렇게 되면 문화적 컨텍스트가 중요하다. 많이 나오는 주제들을 생각해 보면

- 특정 장소에서의 개인 경험

- 문화적 컨텐트 (TV 쇼, 유명인, 시사)

- IT 전반 (애플, 구글, MS, 페이스북, 트위터…)

사람들이 이런 얘기들을 열심히 하는데, 끼기 어려운 경우가 꽤 많다.

- 언어. 단순히 영어의 문제라기보다는 묘사에 필요한 informal 한 단어와 표현들이 난무해서 미묘한 의미를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오히려 교수들이 학생들보다 대화하기 쉬운 면도 있다. 그들은 보다 표준화된 단어와 표현을 구사하므로. 물론 재미가 더 없기는 하다 ㅎㅎ

- 유머. 내가 우리나라 말로 대화한다고 유머가 넘치는 사람은 아니지만, 미국은 유머코드가 더더욱 다르다;; 내가 못 웃기는 것이 문제라기보다는 내가 그들과의 대화에서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 더 큰 문제인듯.

- 문화. 즐기고 향유하는 문화가 다르다보니.

- 자신감. 영어, 문화의 차이에서 오는 소심함…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 전략 세우기. 학회에서 만나야 할 사람들을 미리 생각하고 그들의 연구 등에 대해 공부를 해가는 것이 좋다. 그러면 아무래도 초반 대화는 수월하게 풀릴 수 있다. 꼭 만나보고 싶은 연구자들은 어떻게든 가서 이야기를 해보는 것이 좋은 것 같다.

- 다다익선이 능사는 아니다. 많은 사람들과 인사한다고 그들이 나를 모두 기억하지는 않는다. 적은 수의 사람들과 좀더 깊이있는 대화를 나누는 것이 여러모로 나은듯. 뻘쭘한 파티 자리에서 나를 반겨주는 소수의 친구를 만들어 놓는 것이 좋은 것 같다.

- 문화 컨텐츠 숙지하기. 미드, 영화, 스포츠 등 대화할 거리가 필요하다 – 보스턴 가면 야구를 열심히 공부해야겠다;;;

- 표현 익히기. 페이퍼를 많이 읽는다고 되는건 아닌듯. 연구에 대한 이야기는 차라리 편하다. 일상의 시시콜콜한 대화를 많이 하고 미드, 영화 등에 나오는 ‘일상 표현’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 질문 많이하기. 나는 외국인이다. 모르는 게 죄가 아니다. 모르는 건 물어보자. 말을 많이하기 어려우면 경청하는 좋은 인상이라도 심어주어야지 ㅎㅎㅎ

- 외국인의 장점 활용하기. 그들이 가지지 못한 독특한 경험이 재미있는 이야기 거리가 될 수도 있다. 다르니까 기죽는 것이 아니라 나의 가치가 생기는 것이라고 주문을 외우자. 이런 점을 잘 활용하는 몇몇 인도, 유럽 친구들을 보니 조금은 희망이 생겼다.

 

그래도 중요한 건 내 연구

어찌 됐든 중요한 것은 내 연구의 내실이다. 나의 주관이 뚜렷해야 하고 내 연구의 방향이 분명해야 얻는 것 또한 많아지는 법이다. 연구자들이 모이는 학회인데, 외모나 말빨이 인기의 척도가 아니다. 좋은 연구를 하는 사람들에게 관심과 인기가 몰리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닌가. 결국 연구실에서의 외로운 시간들이 헛되지 않음이 학회에서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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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novett

    좋네요 글^^
    올해 UIST2010에 참석하는 분들과 pre-socialize(주인장님의 표현을 빌려서)하려구
    트위터에, 네이버에, 페북에 백방으로 UIST로 검색하다가 이 글을 발견하곤 묘한 동지감에 덧글 남깁니다^^
    올해도 UIST 참석하시나요?!?

    • http://www.mcpanic.com mcpanic

      아 비슷한 고민을 하시는 분이 계시는군요 :)
      올해 하는건 없지만 그래도 가보려고 생각중입니다.
      학회에서 뵐 수 있음 좋겠네요!

  • serendipiter

    결국 연구실에서의 외로운 시간들이 헛되지 않음이 학회에서 나타난다…라는 마지막 말이 가슴에 와닿네요
    첨에는 이 문장을 보고 아..이 사람도 똑같구나…외롭게 연구실에서 공부를 하는구나…하며 공감과 역시 외로워….라는 느낌이었는데…한 번 더 읽으니 왠지 신이 나는거 같아요
    어떻게든지 도움이 될 수도 있겠구나…라는….기분 좋네요

    • http://www.mcpanic.com mcpanic

      공감해 주시니 저도 기분이 좋네요 :)
      혼자 앞이 안 보이는 외로운 길을 걸어가는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결국 어떤 면에서 보면 연구라는 것이
      다른 사람과의 소통을 통해 가치를 인정받는 것이기도 하니까요.
      그 과정에서 보람과 즐거움을 찾을 수 있을거 같아요~ (아직 잘은 안 됩니다만 ㅎㅎ)

  • Pingback: Twitter 업데이트 2010-05-02 | A Small Step Forward

  • http://cyworld.com/bananacat 지영K

    이 글 보면서 느낀건데,
    오빠 이 주제와 이 내용에 대해서 이렇게 차분하게 정리해놓은 글들 모아서
    책하나 내도 될거같아;;

    항상 평상시에 일어나는 상황들에대해 상세하게 analyzing하고
    그걸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 발전해나가는걸 보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ㅎㅎ

    아, 한가지- ‘왜 어려운가’ section의 ‘유머’에 대해 한국에서 나름친했던 3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오빠 재밌어!ㅋ (물론-_- 일반인의 입장에서;ㅋ)
    근데 왠지.. 오빠 이제 머 박사고 다들 완전 머리좋은사람들밖에 없는 소사이어티니까
    일반 외국인들과도 농담코드가 다를것 같다는;
    (왜 뭐 법대끼리 통하는 유머; 의대끼리 통하는 유머 이런식으로..-_-)

    • http://www.mcpanic.com mcpanic

      고민들이 생활밀착형이고 좀 처절하다보니 ㅎㅎㅎ
      고민을 이렇게 풀어놓을 수 있다는 공간이 있고,
      주위 사람들로부터 피드백도 받으니 좋은 것 같아.
      아 재밌다고 해준건 진심으로 감동이구나!!
      앞으로 더욱 연마할게 ㅋㅋ

  • http://www.facebook.com/profile.php?id=650108565 Juho Kim

    Facebook 에서 커멘트 달기 테스트

  • http://www.mcpanic.com mcpanic

    Networking on the Network 라는 네트워킹에 관한 흥미로운 글. http://www.acm.org/crossroads/xrds4-4/network.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