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es for vision-oriented me

요즘

August 2, 2010 by mcpanic  
Filed under 사는이야기

블로그도 백만년만. 안 바쁘니까 더 안 하게되는 블로그. 6월에 졸업한 이후, 시간은 참으로 잘 흘러가고 있다. 월드컵 좀 보고 인턴 좀 하다보니 어느새 8월이고, 3주 후면 서부 -> 동부 이사.

이사

천국의 날씨에서 **의 날씨로 ㅎㅎ 그래도 도시생활이 기대된다. 읍내남이 되기에는 나는 너무 도시에 길들여져 있는지도?요즘은 사람들 많이 만나고 싶고 좋은 곳 맛있는 곳도 많이 다니고 싶다.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몇주째 계속되고 있는 샌프란 맛집기행은 참 좋다. 유일한 단점은 맛에 대해 평가가 박해진다는 것. 이사는 좀 막막하다. 운전만 50시간인 거리. 짐도 뭐이리 많은지. 좀더 가볍게 살아야겠다는 생각. 킨들에 이 책들만 다 넣어버려도 한시름 덜겠다?!

날씨

작년엔 그래도 여름에 좀 더웠던거 같은데, 올해는 일주일동안 땀한번 안 흘리기도 했다. 샌프란은 어제 최저 11, 최고 16도. 피서는 커녕 좀 따뜻한 곳으로 몸 덥히러 다녀야 할 정도. 인턴하고 있는 산골짜기 알마덴도 바람 꽤나 불어주심.

독서

간만에 주말을 좀 유익하게 보냈다. 1Q84 두 권을 읽고 신경숙님의 엄마를 부탁해 읽기 시작. 이사갈 때 책 좀 덜 들고 가려고 읽어버리기 위해 발악하는거 아님-_-;;;

유학

유학이라는 단어, 지난 3~4년 동안 가장 내 머릿속에 크게 자리했던 단어인듯. 드라마 주인공들처럼 뇌구조 그려보면 아마도 그랬겠지? 이제는 조금씩 달라져야 할 때. 문득 학자가 되기 위한 나의 자질에 심각한 의구심을 갖게 되었다. 나는 단기성 성과형 인간일지도. 인간의 지식체계에 보탬이 되는 무언가를 하기 위해서는 마인드부터, 가지고 있는 스킬까지 리노베이션이 필요하다. 주위에 유학을 준비하는 친구들/후배들이 꽤 된다. 그들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무엇이고, 그 말들은 얼마나 유효할까?

직업

박사를 하고 나서 (현실적으로) 택할 수 있는 직업이 그리 많지는 않다. 교수, 연구소, 아니면 일반 회사. 좀더 과감 + 용감하다면 벤처도 있겠다 ㅎ

실리콘 밸리

나는 실리콘 밸리에 살고있음을 느끼는 몇가지. 나와 함께 지난 겨울에 MBA 수업 프로젝트를 함께했던 멤버 두명이 창업을 했다. 이스라엘과 프랑스 출신의 이 친구들은, 꽤나 똑똑하고 잘 할 수 있는 가능성이 다분한 녀석들이다. 요즘 실리콘 밸리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나선 칠레 정부에서 일단 10만불 펀딩을 받고, 50만불짜리도 목전에 두고 있단다. 수업 교수도 투자하겠다고 했고. 이번주에는 칠레에 초청받아 간다는. 박사 올리젝 되었거나 벤처의 꿈이 좀더 컸다면 나도 이 팀의 멤버이지 않았을까. 고생길은 나의 박사과정만큼이나 훤하다. 건투를 빈다. 너희들도, 나도.

우리 랩에서 석사 졸업한 또 한 친구는 수업때 만든 iPad 앱이 대박나서 NBC, NYT 기사 실리고 앱스토어 한동안 1위하다가 결국 IDEO 오퍼 거절하고 창업. 얘는 뭔가 하겠다 싶었는데, 생각보다 시작부터 잘 풀리는듯. 개인적으로 앱 사업의 시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지만, 어떤 창의적인 방향으로 발전할 지 모르는 일이므로 일단 기대를 갖고 지켜봐야 할듯. 둘이 브런치 먹은 적이 있었는데, 그 때부터 창업에 대한 열망이 대단했다. 실리콘 밸리 때문에 스탠포드를 택하는 학생들도 꽤 많다 그러고 보면. 일단 나는 좀더 안전지대로. 5, 6년은 더 있으려고.

재택근무

딴건 모르겠고 출퇴근 시간 신경 안써도 되는 것과 재택근무 가능한 것이 미국 회사의 최대 장점인 것 같다. 그만큼 성과에 대한 책임은 따르겠지만. 금요일 하루만 회사를 안 가도 이렇게 편하구나. 일도 오히려 잘 되는거 같기도 하고.

새로운 세계

어떤 새로움이든 모두 흡수해서 내 것으로 만들겠다는 다짐을 한 적이 있다. 20대의 초입이었을거다 아마. 내가 경험한 것들은 너무나 제한적이고 편향되어 있으니 적어도 스스로 만족감이 들 때까지는 세상이 나를 가르치도록 놔두고 싶다는 생각. 10년이 지나 이제 서른이 다 되어가는데 새로운 세계는 더 크게만 느껴진다. 언제까지나 완전 열어둘 수는 없다. 조금씩 닫아가며 내 세계를 구축해야 하는데, 언제가 될지. 조금은 두렵고 조바심도 난다.

시간

벌써 1년. 작년 이맘때는 라스베가스에 가고 생일파티를 했더랬다. 드라마틱하고 신기했던 여름. 얼굴은 훨씬 그을렸고 살은 조금 찐듯도. 마음은 하늘과 땅차이만큼 안정되었다. 커리어에 있어서도, 개인적인 측면에 있어서도. 작은 성취일 수 있지만, 목표를 달성했다는 점에서 스스로에게 칭찬 한번. 불안과 초조 덩어리인 나를 돌봐주신 주위 모두에게 감사.

iPhone 4 구입기 – 기술이 아니라 문화다

June 25, 2010 by mcpanic  
Filed under 사는이야기

사실 쓰고있던 iPhone 3G 가 느리고 답답하고 불편한 점도 많아서 약정도 끝났겠다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때마침 안드로이드 쪽에서는 멋진 기능으로 무장한 2.2 버전이, 애플에서는 iPhone 4 이 질세라 발표되었다. 여러 면에서 애플의 독점적이고 독선적인 방식에 거부감을 최근 느껴서 안드로이드로 갈아타야겠다는 생각이 거의 확고했는데, 문제는 OS는 만족스러웠으나 마음에 드는 기기가 없다는 것. 프로요 키노트와 iPhone 4 키노트를 보고 결국 사용자 경험 측면에서 아직은 압도적 우위를 지키는 애플에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여기까지는 왜 질렀는가에 대한 간단한 자기변명이고.. 이제 본론으로;;

 

6/24 출시를 8시간 앞둔 23일 저녁 11시 즈음 일단 동태를 살피기 위해 집에서 가장 가까운 Stanford Shopping Center Apple Store 에 찾아갔다.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오오 이건 의외인데 하며 주위를 어슬렁거리다 인증샷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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ㅉㅉ 애플도 이제 약발이 다한건가 싶을때쯤.. 또 아무리 그래도 뭔가 이상함을 눈치챌 때쯤 security 아저씨가 와서 4시 반부터 줄을 설수 있다고 했다. 그 전까지는 폐쇄한다고.. 아 그래서 아무도 없었구나 쳇.

 

나온 김에 또다른 근처 스토어인 Palo Alto Apple Store 에 가보았다. 여기는 이미 50여명의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트럭에 전원 연결해서 집에서 보는 대형 티비를 갖다놓고 낚시 의자에 앉아서 관람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굳이 남보다 조금 일찍 폰을 사면 살림살이가 좀 나아질까 하는 궁금증이 들기도 하다가, 왠지 모르게 나도 한번 애플 제품을 사기위해 밤새 줄을 서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상하게 글을 쓰면서 자꾸 행동을 변명하게 된다-_-

 

어쨌든 집에 들어왔는데 이상하게 잠도 안오고.. 밤을 새며 노닥거리고 술도 한잔 하고 티비도 보다가 어느새 4시가 되었다. 대충 책 2권에 음료수에 노트북(미드 에피소드 5개쯤 담아서) 챙겨들고 별 생각없이 집을 나섰다. 4시 40분쯤 도착했고, 이미 꽤 차있는 주차장을 보며 불안한 생각이 들었는데 가보니 앞에 50명 정도가 와있었다. 침낭에 낚시의자에 준비들이 꽤나 철저하구나;;

 

 

  • iPhone line: most people in the line are already iPhone users. What makes them buy a newer iPhone for the second+ time? (엥 다들 또사는 사람들!)
  • iPhone line: at least few hundreds of people now. Lucky to be in the first 50 or so. Technology becomes culture and style. (헉 수백명이네.. 아싸 앞쪽이다!)
  • iPhone line: now an apple genius asked me which model I wanted today. I said 32. He said I’m all set. More people sitting down…
  • iPhone line: stanford shopping center. Black curtain in front of the store just got removed. Can see inside now. http://yfrog.com/j6wr4fj
  • iPhone line: mostly males in their 10 s or 20s. 15 behind me already!! What am I going to do for another N hours? :-(

이런 트윗을 날리면서, 위룰 잠깐 해가면서, 미드도 좀 봐가면서, 주위도 한번 봐주면서, 책도 읽어주면서 기나긴 기다림의 시간을 보냈다. 몇가지 기억에 남는것들.

 

  • 애플은 커피, 주스, 과일, 빵 등을 준비해 두었다. 이거 좀 괜찮았음.
  • Security 아저씨들이 사람들 줄서있는거 아이폰으로 열심히 동영상 찍더라.
  • 킨들로 책읽는 아저씨가 있었는데 직원이 오더니 ‘We’ve got something better than that. Follow me’ 하면서 안으로 데려갔다 ㅋㅋㅋ
  • 처음 10여명이 아이폰을 손에 들고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스토어를 나설 때 사람들은 박수에 환호성을 보냈다.
  • 줄서 있으면 10~15명 정도의 담당 직원이 하나씩 와서 고객과 악수를 하고 안으로 데려가는 시스템.
  • Mobile Me 와 Apple Care, Bumper 등의 아이템 끼워팔기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직원들. 
  • 잠깐 비가 내렸는데 애플은 우산까지 구비해놓음.

오전 10시경 드디어 아이폰을 손에 들고 스토어를 나섰다. 때마침 잠시 소나기가 내려 야외에서 기다리던 사람들은 좀 안습인 상황이 되었다. 전체 과정 중 최고의 순간은 바로 스토어를 나와서.. 빗속에 기다리는 수백명의 사람들을 지나가면서 흰 쇼핑백을 들고 걸어갈 때. 쏟아지는 부러움의 시선들. 나의 삽질이 빛을 발하는구나. 나는 묘하게 기쁘구나. 나는 오타쿠구나.

 

 

앞으로 또 할만한 경험인지는 좀더 생각해 봐야겠지만, 새로운 제품에 대한 사람들의 열망은 대단한 것이었다. 그런 면에서 애플은 정말 뛰어난 기업이 아닐 수 없다. 전세계 사람들이 밤을 새가며 제품을 손에 넣는 순간을 꿈꾸게 할수 있는 침투력과 흡입력. 그 바탕에는 철학이 있다.

 

기술과 인문학이 만나는 곳. 그러한 철학이 있기에 사람들에게도 애플의 제품은 각종 기능이 망라되어 있는 단순한 핸드폰, 노트북이 아니라 스타일이자 문화가 되었다. 일부 geek 들의 매니악한 열광에서 출발했을 작은 바람은,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하는 50대 아줌마에게 아이폰이 핸드백만큼이나 중요한 아이템이라고 느끼게 하고, 또 백발의 노인과 출근을 포기한 샐러리맨이 수백명의 젊은이들과 밤새 줄을 서게 하는 태풍이 되었다.

 

기술이 문화가 되었다는 것은 그 파급력이 단순히 판매대수와 애플의 영업이익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의 생활, 사고, 소통방식, 속도와 연결에 대한 개념, 이 모든 것이 영향을 받는다. 사람들은 레스토랑에서 메뉴판 대신 휴대폰으로 Yelp 리뷰를 보고 메뉴를 결정하고, 맛있는 음식이 나오면 폰카로 사진을 찍어 즉석으로 페이스북에 올리고, 포스퀘어로 자신이 몇월몇일몇시에 어디에 왔음을 나타내는 영역표시를 한다.

 

애플이 자신의 제품과 그 속에 담길 컨텐츠가 가져올 광범위한 변화를 미리 예측했는지는 불확실하다. 그러나 여기서 분명한 건, 더 효율적인 생산라인, 최신기술의 집적에만 노력을 기울여서는 절대 이런 매력적인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것. 이 치명적인 ‘매력’이 제품 스펙과 가격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사람들의 열광을 이끌어낸다는 것. 열광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기업은 결국 변화의 언저리에서 하이에나가 될수밖에 없다는 것.

실력이 나의 기적이다

June 14, 2010 by mcpanic  
Filed under 사는이야기, 연구

월드컵이 시작되었다. 한국만큼 온 나라가 월드컵 열기에 도취되어 있지는 않지만 개인적으로는 나름 여유있는 상황 속에서 즐기고 있다. 나에게 있어 월드컵은 늘 터질 것 같은 긴장감과 기대감, 초조와 불안의 시간이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리스와의 첫경기를 보면서는, 이상하게 다른 월드컵 때보다 마음이 훨씬 편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기적을 바라지 않아도 되었고 (오히려 기적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랬는지도) 객관적인 실력으로 압도한 경기였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우리나라의 월드컵 경기에서 이런 모습을 보게 되다니…

 

우리나라의 월드컵 도전사는 그야말로 a small step forward 의 연속이 아니었을까. 우선은 월드컵에 진출을 해야 했고, 월드컵 첫 선취골을 얻어야 했고, 첫 승점을 얻어야 했고, 첫 승리를 해야 했고, 첫 16강 진출을 해야 했고, 첫 원정 승리를 해야 했고… 이렇게 한단계씩 밟아 왔다.

 

우리나라의 근 20여년 간의 월드컵 경기들을 봐오면서 느낀 점은, 기적이나 요행은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경기를 보면서 언제나 마음을 졸이게 되기는 하지만, 결국 결과는 늘 가지고 있는 실력만큼 나오더라. 이 거친 토너먼트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정답은 운이 아닌 실력이다. 실력이 있어야 운이 찾아왔을 때 활용할 수도 있는거다.

 

연구도 마찬가지다.

 

처음부터 탑 컨퍼런스에 논문을 쏟아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힘들여 쓴 논문이 리젝도 먹어 보고, 교수님에게 까여도 보고, 엄청 삽질한 실험이 아무 쓸모가 없어지기도 하고 그러면서 하나씩 배우고 단단해지는거다. 일희일비하는 예민함과 민감함보다는 무던히 자기의 갈길을 가는 우직함이 필요하다는 것도 깨달았다.

 

초조해 할 필요도, 나는 왜 저렇게 되지 못할까 자책할 필요도, 신데렐라가 되고 싶은 마음에 안달낼 필요도 없다. 지금 내가 보내고 있는 시간과 내가 몸담고 있는 장소, 나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은 이미 최적의 환경이다. 바로 이런 환경을 만나고 싶어서 그동안 그렇게 불안해 하고 밤을 지새며 아등바등 애를 쓰며 살았던 것이니까.

 

이제는 바로 지금, 내 위치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씩 밟아나가면 된다. 헝그리 정신,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는 마인드도 물론 필요하지만, 지금 내게 더 절실한 건 꾸준히 이어나갈 수 있는 안정감과 여유를 가지고 생각을 펼쳐낼 수 있는 자신감이다.

 

꾸준함, 안정감과 자신감이 바로 10000시간 법칙, 10년 법칙이나 deliberate practice 등에서 이야기하는 제대로 된 학습법의 핵심이 아닐까.

 

기적과 같은 승리, ‘마법’이 통해서 얻은 결과,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이변보다는 덜 극적이어도 ‘실력과 노력의 어느 정도 예측가능한 귀결’이 훨씬 멋있다. 그 길을 위해 무미건조하고 지루해 보이는 길을 뚜벅뚜벅 걷는 사람들이 이제야 이해가 되기 시작하고, 나도 그들과 같은 걸음을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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