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만에 다시

나는 같은 상황으로 돌아와 있다. 지난 주부터 시작된 개강에 급하게 마무리해야 할 일들이 쌓여있어서 정신없는 2주를 보내고 나니 지금 나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2년 전 딱 이맘때, 석사 지원을 해놓고 기다리던 게 생각났다. 하루하루 이메일 무한체크를 해가면서 초조함과 또 알 수 없는 스릴(?);;; 이 교차했던 1~3월… 시간은 흘러흘러 2년이 지났고, 많은 것이 변했다고 생각했지만 나는 다시 그 똑같은 자리에 돌아와 있다. 나의 CV는 조금 달라졌고, 몇몇 숫자들도 조금 달라졌고, 하고싶은 걸 써내려간 글도 조금 달라졌고, 나에 대해 써주시는 글도 조금은 달라졌(을 것이)다. 그래도 ‘기다림’, ‘초조함’, ‘불안함’, 또 ‘설렘’의 느낌만은 그대로다.

 

그 기다림의 시간은 한없이 마음 졸이고 힘들다면 힘들었지만, 내 인생의 다음 걸음을 결정짓는 중요한 순간이었기에, 또 어찌보면 지난 날의 나를 평가받는 순간이었기에 더없이 자신에게 솔직했던 것 같다. 냉정하게 객관적인 잣대를 들이대며 스스로를 난도질 하다가도 알수없는 뿌듯함과 대견함에 자랑스럽기도 했다. 나의 능력을 있는 그대로 평가해주길 기대하면서도 조금은 너그럽고 후하게 봐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결과를 외면하기는 어렵지만, 또 사람들이 주목하는 것은 결과지만, 스스로 바라보게 되는 것은 과정이고 또 그 속에 모든 의미가 담겨있다. 내가 늘 시간을 함께 보내온 건 과정인데 결과가 나오면 과정을 외면하고 결과가 모든 걸 말해준다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 이기적인 것 같다. 그래서 인생은 열심히, 목표를 향해 꾸준히 노력하며 살면 후회하지 않을 수 있는 것 같다. 결과는 뜻하지 않게 나오더라도 과정에 있어서는 자신에게 떳떳할 수 있으므로. 그래서 또 자만해질 수 없고, 스스로의 부족함을 돌아보게 된다.

 

무언가를 기다린다는 것은 한없이 초조하고 머리가 곤두서며 짜증나는 일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런 기다림이 없이는 이상하게도 삶이 무료하고 동기부여도 잘 안 되는 것 같다. 이런 기다림 없이– 어쩌면 그리도 기다려왔던 그저 내가 하고 싶은 걸 편하게 할 수 있는 상황이 온다면– 과연 지금보다 열심히, 즐겁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 수 있을까? 아이러닉하게도 별로 안 그럴 것 같다. 난 계속 새로운 무언가를 기다릴 것이고, 그 지긋지긋한 기다림을 위해 노력하고 마음 졸이고 준비하고 힘들어 할 것 같다.

 

그래서 이 지긋지긋한 기다림이 빨리 끝났으면, 또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보다는 오히려 감사한 생각도 든다. 나를 생각하고 고민하고 움직이고 공부하고 노력하고 발버둥치게 만들었으니까.

 

여기서 들어야 할 노래.. 이승열의 기다림. 사랑노래라고만 보기에는 생각보다 가사가 심오하다. ‘아무말 없이 날 안아주는 건’ 기다림을 이겨낸 자의 선물이 아닐까. 안아주는 주체가 연인이든, 나 자신이든, 내가 원하는 그 무엇이든 간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