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es for vision-oriented me

지능과 전문성 수업

June 7, 2010 by mcpanic  
Filed under HCI, 유학

이번학기에 듣는 수업중에 (사실은 유일한 수업;;;) 심리학과 수업이 있다. The Social Foundations of Intelligence and Expertise 라는 흥미로운 이름의 수업인데, 지능과 전문성에 대한 심리학적 분석을 시도한다. 우선 첫번째 주제인 지능에 대해서는, 사람의 지능을 어떻게 정의하고 측정하는지, 또 인종/문화별 IQ 의 차이에 대한 이해, 그리고 세대가 내려갈수록 IQ 가 증가하는 Flynn Effect 등을 두루두루 살펴보았다. 두번째 주제인 전문성(심리학에서 말하는 expertise 의 번역이 맞는지 모르겠다) 에 대해서는 역시 어떻게 정의하는지, 또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특성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전문성을 길러내기 위한 훈련과 환경의 영향은 어떠한가에 대해 관련 연구를 살펴보면서 토론하고 있다.

 

이 수업을 듣게 된 배경은, 내가 하는 연구에 보다 새로운 관점을 제공해 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컴퓨터라는 도구를 통해 사람들의 창의성, 생산성, 전문성, 학습 능력 등을 향상시키는 것이 나의 연구 목표인데, 이를 위해서는 보다 나은 알고리즘과 인터페이스/인터랙션 디자인으로 도구를 만드는 이른바 공학적인 접근과 더불어 사람들의 기본적인 본성과 심리를 이해하는 인문학/심리학적 관점이 어우러져야 하기 때문이다.

 

석사를 하는 거의 2년 가까운 시간동안 뚝딱뚝딱 밤새서 프로그래밍하고 여러 사이클에 거쳐 인터랙션 디자인을 수정하는 등의 작업에 대부분을 쏟았었다. 이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우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무언가 부족한 느낌도 있었고 몸과 마음이 지치기도 했다. 그래서 15명 정도 되는 학생들 중에 유일한 비심리학과 학생으로 ‘지능과 전문성’에 대한 수업을 듣게 되었다.

 

매주 논문 2~3개를 읽고 2~3쪽 분량의 reaction paper 를 제출한 뒤, 주당 2번의 수업 중 하루는 학생 한두명씩 토론 주제를 준비해 와서 discussion 을 한다. 이상하게 컴퓨터공학 수업을 들을 때보다 내가 수업에 더 열심히 참여하게 되고 (내 생각이지만) 나름 새로운 관점을 던지는 것도 같다. 몇번 HCI 라든가 컴퓨터 공학과 컴퓨터 도구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했는데, 다들 호기심 반 뭥미 반의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확실히 기존에 공부하던 것이 아닌 새로운 것을 접하고 다른 분야의 사람들과 의견교환을 하는 것은 굉장한 공부가 된다. 우선은 보다 넓은 관점에서 바라보게 되고, 내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가 절대적이 아니라는 것도 깨닫게 된다. 예를 들면 나는 지능과 전문성을 ‘기술’의 힘으로 향상시킬 수 없을까를 계속 고민하고, 그럴 수 있다는 강력한 믿음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다른 학생들과 토론을 하면서 놀란 것은, 이 학생들은 기술이 별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었다. 나에게 당연한 것이 다른 친구들에게는 생소한 관점이었고,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됐다.

 

흑인 교수님이 백인-흑인의 IQ 격차라는 민감한 사안에 대해 차분하고 분석적인 태도로 접근하는 것도 인상적이다. 교수님은 또 인종별 지능의 차이에 대한 열린 토론이 금기시 되는 상황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잘못 이야기를 꺼내면 인종차별자로 치부하고 마녀사냥 분위기가 되는 것이 오히려 사람들의 머릿속에 인종별 차이가 선천적이라는 인식을 심어준다는 것이다.

 

수업시간에 다루었던 흥미로운 주제들 중 몇가지.

  • 전문가에게 있어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실력의 일부인가? (뛰어난 능력과 지식이 있지만 전달능력이 부족해서 논문을 잘 못쓰고 발표를 잘 못하면 훌륭한 연구자가 아닌가?)
  • 지능의 발달에 있어 유전자 vs. 환경의 역할은 각각 어느정도인가? (이에 따라 교육 정책 방향이나 학생들의 마인드 등이 영향 받을 수 있다 – 난 해도 안돼… 난 A 인종이니까 안돼… 난 B 문화에서 자랐으니까 이런거 못해…)
  • 천재는 키워낼 수 있는가? 전문가와 천재는 어떻게 다른가?
  • 왜 아시아계 학생들은 높은 학업성취도를 보이는가? 어떤 문화적 차이가 이런 결과를 가져오는가? (실제로 여러 데이터를 보면 아시아계 학생들은 다른 학생들과 동일한 IQ 를 가지고도 높은 성적과 학업성취도를 보인다)
  • 긍정적이고 열린 마인드, 믿음 등이 어떻게 지능과 전문성의 계발에 영향을 미치는가?

이제 스탠포드에서의 마지막 과제로 이 과목의 final paper 를 쓰고 있다. 제목은 ‘Computer Technology Meets the Science of Expertise’ 라고 지었다 ㅎㅎ 컴퓨터 기술이 어떻게 사람들의 전문성 발달에 영향을 줄 수 있는가에 대해 다양한 각도에서 살펴보려고 한다. 컴퓨터 기술은 어떤 분야의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더욱 양질의 피드백을 줄 수 있고, 다양한 예시를 제공해 주며, 다양한 형태로 스스로와 전문가의 performance 를 시각화/저장/공유/분석할 수 있게 하는 등의 장점이 있지 않을까.

미국에서의 1년 반

April 2, 2010 by mcpanic  
Filed under 사는이야기

미국에 처음 와본건 2006년 10월 Houston 이었다. 회사에서 개발한 제품을 들고 전시회에 출품했었드랬다. 광활한 텍사스 땅에 가방 하나 들고 날아올 때의 설렘과 묘한 도전의식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미국에 두번째 와본건 2007년 11월 LA/SF 였다. 지마켓에서 후원하는 ‘과학탐험대’라는 기회를 통해 10일 정도 서부의 학교와 회사들을 둘러보았다. 병특이 막 끝나고 한창 정신없이 유학 준비를 하던 때였는데, 말로만 듣던 칼텍, 스탠포드, 버클리를 구경하면서 여러모로 놀랐었다. 그리고 밤에 호텔방에서 SOP 의 첫번째 버전을 완성했던 기억. 스탠포드 캠퍼스에 매료되어 이곳에 가야겠다는 결심을 했던 것 같다.

그리고는 2008년 9월, 드디어 유학길에 올랐다. 꿈과 희망, 불안감과 초조함이 교차했던, 그러나 어쨌든 두근거렸던 비행이 아직도 생생하다. 처음으로 집을 떠나 혼자서 살아보는 것이기도 했고, 익숙하던 모든 것을 떠나 처음부터 새로 시작하는 막막함. 그 치열한 곳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는 걱정과 영어, 문화, 음식, 생활에 대한 두려움. 그러나 막상 도착해서 적응해 나가는 과정은 꽤나 즐겁고 괜찮았다. Sunny California 의 환상적인 날씨, 널찍한 땅에 여유있는 사람들, 최고의 캠퍼스와 수업과 연구환경과 학생들,

어느새 1년 반이 지났고, 이제 여름이 되면 동부로 옮겨 본격적인 연구 커리어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동안 참으로 바빴고 열심히 살았고 많은 일들이 있었다.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고 해도 더 열심히 잘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HCI 가 무엇인지 처음부터 배워나갔고, 연구의 목적, 방법, 과정이 무엇인지 조금이나마 체험을 했다. 논문을 쓴다는 것과 연구자들의 커뮤니티의 생태계를 알게 되었고, 미약하나마 연구성과와 네트워킹에 있어서도 첫발을 내딛었다. 스탠포드의 그야말로 모든 것이 갖추어진 환경 속에서 양질의 수업들을 들었고, 뛰어난 연구자들과 일하고 이야기를 나누었으며, 실리콘 밸리와 벤처정신을 가까이서 보았다.

아쉬운 것들도 많이 있다. 우선 몸과 마음의 건강이 어느 순간부터 급격히 무너지는 것을 느꼈다. 계속되는 밤샘과 쏟아지는 일들에 끊임없이 스트레스 받고 힘들어 했다. 누군가와 경쟁을 한다는 느낌보다는 주위 환경과 내 자신이 기대하는 수준을 맞추는 것이 무엇보다 어려웠다. 사람들과의 교류 또한 현격히 줄었고,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외로움과 서러움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고, 즐거움과 여유와는 거리가 먼 시간들을 보냈다.

이제는 좀더 이곳에서의 시간을 ‘살아보고’ 싶다. 여유를 가지고 이곳에서의 소중한 추억을 만들고 싶다. 스탠포드에서의 2년이 단순히 정신없던 석사 과정을 보냈던 시간이 아니라 그 이상의 의미가 될 수 있도록.

    새벽 3시 5분 Boston에서…

    March 9, 2010 by mcpanic  
    Filed under 사는이야기, 유학

    늘 연구다 수업이다 박사지원이다 뭐다뭐다 쫓기다가 참으로 오랜만에 조금은 걱정없이 유람(?)을 떠나 Boston 에 와있다. 지난 목요일에 와서 이제 오늘(화요일)에 돌아가니 그래도 학기 중에 5박 6일의 간 큰 여행아닌 여행을 한 셈.

    MIT 와 Harvard 의 사뭇 다른 캠퍼스와 학풍, 분위기를 느끼면서 참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배우고 있다. 몇가지 느낀점..

    • 동부와 서부는 다른 나라같구나 +__+ 같으면서도 너무 다르다.
    • 도시가 살기 좋기는 하겠구나. 팔로알토는 은근히 꽤나 시골이다.
    • 보스턴을 돌아다니면서 몇번인가 꼭 서울같은 느낌을 받았다. 꽤나 반가웠는지도.
    • 이번 여행의 수확은, 자신감을 얻게 된 것. 나를 필요로 하고 반겨주는 곳이 있다는 안도감과, 늘 동경해 오던 무리에 내가 속해있다는 묘한 설렘.
    • 엄청난 연구성과라든가, 대단한 학교의 교수가 되는 것과 같은 어쩌면 꽤나 중요한 일들도 때로는 별 감흥이 없을 수 있다. 그게 감정이 메말라버린 기계가 되어서라면 좀 슬픈 거고, 응당한 노력을 통해 얻어낸 성과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결과가 요행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거니까. 그래도 사람인데, 방방 뛰면서 좋아하고 혼자 박장대소도 하고 그럴 수 있는 것도 나름 멋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을 생각하는 것도 좋은데, 즐거움을 멋지게 풀 수 있는 것도 중요한 것 같다.
    • 영어로 대화를 나누는 재미를 조금은 알 듯.
    • 역시 좋은 곳에는 좋은 사람이 많은가보다.
    • 직접 보지 않고 판단하는 것은 얼마나 어리석고 또 무서운 일인가. 학교도, 전공도, 도시도, 사람도.
    • 항상 겸손한 마음으로 다음을 준비하는 자세를.
    • 뭔가 제대로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
    • 사람들이 나를 serious 하게 대해준다. 나는 언제나 그들을 serious 하게 생각했는데. ㅎㅎ
    • 같은 분야에 종사하는 동료로서 교수와, 학생들과, 나와의 관계는 이미 시작되었다.
    • 내가 원하는 연구자의 모습은, 내가 만들어 나가는 것. 원하는 대로 스스로를 가다듬고 설계해 나갈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주는 학교가 좋은 학교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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