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mall Step Forward 유학, 연구, HCI, 정보와 사람, 창의성

8Feb/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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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스

바쁘게는 살았으나 새롭게 배워가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연구는 맞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인지 의구심이 들어간다. 바쁜 것도 왜 바쁜지 잘 모르겠고, 시간은 그냥 스르르 녹아 없어져 가는 것만 같다. 박사 시작을 하면서는 기초부터 다시 탄탄히 쌓아야겠다는 다짐을 했건만, 어설픈 성과에 대한 욕심은 자꾸 기본을 무시하고 지름길을 찾으려는 어리석음으로 나타난다. 나의 지식 체계를 보다 공고히 다지고 생각의 넓이와 깊이를 확장시켜야 하겠지만, 보다 단기적이고 편한 것만 보인다. 막연히 생각했을 때에는 참신하고 흥미로울 것 같던 연구 주제도, 파고들어 갈수록 녹록치 않다. 웬만한 것들은 남들이 이미 해놓았고, 내가 새롭다고 느끼던 그 무언가는 사실 실체도 없는 것이었다. 괜찮은 연구주제일것만 같은 막연한 '감'이 기존의 기라성같은 연구를 마주하니 사라진다. 미국도, 학계도 사람 사는 곳은 다 못볼꼴 볼수밖에 없는구나 하는 체념이 들면서, 이런 것에 보다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하는 스스로가 아직도 마냥 어려 보인다. 생각만 하지 말고 무언가 행동에 옮기고 실질적인 일을 하기는 해야겠는데, 여전히 기초는 없고 아이디어는 뻔해 보이고 그러면서도 서두는 것 같아서 초조하다.

플러스

주위의 열심히 또 잘하는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경쟁심이나 주눅드는 마음보다는 그들처럼 되고싶다는 생각이 드는 건 그래도 다행이다. 여러 의미의 좋은 롤 모델이 많아서 자극을 받게 된다. 석사 때는 느끼지 못했던 '조직'에서의 안도감 역시 큰 힘이 된다. 나의 여기있음을 믿어주는 사람들이 있고, 나를 동등한 연구자로 대해준다는 사실 자체가 의미 있다. 나의 생각을 표현하는 법에 있어서 그들의 방식을 조금이나마 익혀가고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것도 고무적이다. 나만의 관점으로 대화에 기여하는 빈도가 늘어가고 있는 것도 같다. 주위에 쏟아져 들어오는 지적 자극들이 소화하기에 버겁지만 기분 좋다. 학부때, 아니 컴퓨터공학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던 그 순간부터 꿈꿔오던 모습이 매일매일 펼쳐지고 있지 않은가. 환경에 있어서 내가 더 바랄 것은 없다. 그동안 늘 더 나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옮겨다니고 시험을 보고 했던 것인데 말이지. 이제 주위에 불평할 것도, 하고 싶지도 않다. 정말 나만 잘하면 되는 너무나도 속편하고 깔끔한 상황이다. 낙오되면 어쩌나 두려움이 엄습해 올때는 어두운 방안에서 혼자 몸서리치다가도, 왠지 이렇게 계속 하다보면 뭔가 이룰 수도 있겠다는 기대감에 설렌다.

결론적으로, 플러스 쪽 글이 몇 글자 더 기니까 난 행복한거다.

16Nov/108

요즘 하는 생각들

  • 어떻게 하면 글쓰기가 더 재밌고 창의적일 수 있을까?
  • 글쓰고 싶다. 노래하고 싶다.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다.
  • 기술이 사람들의 창의성을 지원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
  • 사람이 컴퓨팅 유닛으로 기능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
  • 문제풀이식의 공부, 고등학교 때까지는 잘 했던거 같은데...
  • 멀리 뛰려면 바닥을 기는 법부터 배우라.
  • 결국엔 간절함의 정도에서 결정된다
  • 연구에는 연구자의 성격, 경험, 성향, 환경 등이 오묘하게 반영된다
  • 나의 성격, 경험, 성향, 환경은 어떻지?
  • 박사학위란 커리어적으로 / 지식의 생산, 습득, 활용에 있어서 / 연구자로서 어떤 의미를 갖는가? 혹은 어떤 자격을 부여하는가?
  • 점점 더 내성적이 되어가고 말수가 줄어드는 것 같다-_-;;;
  • 석사 2년의 경험이 여러모로 많은 도움이 된다. 다른 학교로 오게 된 것도 잘 된 것 같다. 좀더 성숙한 모습으로 새 출발을 할 수 있으니까.
  • 초심을 잃지 말자. 이번 학기 시작할 때의 마음, 처음 유학나올 때의 마음, 지원할 때의 마음, 유학가기로 결심했을 때의 마음, ...
  • 롤 모델이 있다는 건 좋은 일.
  • 아이디어만 있다고 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실행을 위한 의지, 스킬, 지식, 경험이 더 중요한 지도 모른다. 저년차 때 좀 돌아가는 것 같아 보여도 스킬과 기본기를 키워 놓아야겠다. 페이퍼를 엄청 읽고, 프로그래밍도 좀더 다지고, 통계도 익히고, 영어도 공부하고.
7Jun/102

지능과 전문성 수업

이번학기에 듣는 수업중에 (사실은 유일한 수업;;;) 심리학과 수업이 있다. The Social Foundations of Intelligence and Expertise 라는 흥미로운 이름의 수업인데, 지능과 전문성에 대한 심리학적 분석을 시도한다. 우선 첫번째 주제인 지능에 대해서는, 사람의 지능을 어떻게 정의하고 측정하는지, 또 인종/문화별 IQ 의 차이에 대한 이해, 그리고 세대가 내려갈수록 IQ 가 증가하는 Flynn Effect 등을 두루두루 살펴보았다. 두번째 주제인 전문성(심리학에서 말하는 expertise 의 번역이 맞는지 모르겠다) 에 대해서는 역시 어떻게 정의하는지, 또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특성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전문성을 길러내기 위한 훈련과 환경의 영향은 어떠한가에 대해 관련 연구를 살펴보면서 토론하고 있다.

 

이 수업을 듣게 된 배경은, 내가 하는 연구에 보다 새로운 관점을 제공해 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컴퓨터라는 도구를 통해 사람들의 창의성, 생산성, 전문성, 학습 능력 등을 향상시키는 것이 나의 연구 목표인데, 이를 위해서는 보다 나은 알고리즘과 인터페이스/인터랙션 디자인으로 도구를 만드는 이른바 공학적인 접근과 더불어 사람들의 기본적인 본성과 심리를 이해하는 인문학/심리학적 관점이 어우러져야 하기 때문이다.

 

석사를 하는 거의 2년 가까운 시간동안 뚝딱뚝딱 밤새서 프로그래밍하고 여러 사이클에 거쳐 인터랙션 디자인을 수정하는 등의 작업에 대부분을 쏟았었다. 이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우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무언가 부족한 느낌도 있었고 몸과 마음이 지치기도 했다. 그래서 15명 정도 되는 학생들 중에 유일한 비심리학과 학생으로 ‘지능과 전문성’에 대한 수업을 듣게 되었다.

 

매주 논문 2~3개를 읽고 2~3쪽 분량의 reaction paper 를 제출한 뒤, 주당 2번의 수업 중 하루는 학생 한두명씩 토론 주제를 준비해 와서 discussion 을 한다. 이상하게 컴퓨터공학 수업을 들을 때보다 내가 수업에 더 열심히 참여하게 되고 (내 생각이지만) 나름 새로운 관점을 던지는 것도 같다. 몇번 HCI 라든가 컴퓨터 공학과 컴퓨터 도구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했는데, 다들 호기심 반 뭥미 반의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확실히 기존에 공부하던 것이 아닌 새로운 것을 접하고 다른 분야의 사람들과 의견교환을 하는 것은 굉장한 공부가 된다. 우선은 보다 넓은 관점에서 바라보게 되고, 내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가 절대적이 아니라는 것도 깨닫게 된다. 예를 들면 나는 지능과 전문성을 ‘기술’의 힘으로 향상시킬 수 없을까를 계속 고민하고, 그럴 수 있다는 강력한 믿음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다른 학생들과 토론을 하면서 놀란 것은, 이 학생들은 기술이 별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었다. 나에게 당연한 것이 다른 친구들에게는 생소한 관점이었고,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됐다.

 

흑인 교수님이 백인-흑인의 IQ 격차라는 민감한 사안에 대해 차분하고 분석적인 태도로 접근하는 것도 인상적이다. 교수님은 또 인종별 지능의 차이에 대한 열린 토론이 금기시 되는 상황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잘못 이야기를 꺼내면 인종차별자로 치부하고 마녀사냥 분위기가 되는 것이 오히려 사람들의 머릿속에 인종별 차이가 선천적이라는 인식을 심어준다는 것이다.

 

수업시간에 다루었던 흥미로운 주제들 중 몇가지.

  • 전문가에게 있어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실력의 일부인가? (뛰어난 능력과 지식이 있지만 전달능력이 부족해서 논문을 잘 못쓰고 발표를 잘 못하면 훌륭한 연구자가 아닌가?)
  • 지능의 발달에 있어 유전자 vs. 환경의 역할은 각각 어느정도인가? (이에 따라 교육 정책 방향이나 학생들의 마인드 등이 영향 받을 수 있다 – 난 해도 안돼… 난 A 인종이니까 안돼… 난 B 문화에서 자랐으니까 이런거 못해…)
  • 천재는 키워낼 수 있는가? 전문가와 천재는 어떻게 다른가?
  • 왜 아시아계 학생들은 높은 학업성취도를 보이는가? 어떤 문화적 차이가 이런 결과를 가져오는가? (실제로 여러 데이터를 보면 아시아계 학생들은 다른 학생들과 동일한 IQ 를 가지고도 높은 성적과 학업성취도를 보인다)
  • 긍정적이고 열린 마인드, 믿음 등이 어떻게 지능과 전문성의 계발에 영향을 미치는가?

이제 스탠포드에서의 마지막 과제로 이 과목의 final paper 를 쓰고 있다. 제목은 ‘Computer Technology Meets the Science of Expertise’ 라고 지었다 ㅎㅎ 컴퓨터 기술이 어떻게 사람들의 전문성 발달에 영향을 줄 수 있는가에 대해 다양한 각도에서 살펴보려고 한다. 컴퓨터 기술은 어떤 분야의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더욱 양질의 피드백을 줄 수 있고, 다양한 예시를 제공해 주며, 다양한 형태로 스스로와 전문가의 performance 를 시각화/저장/공유/분석할 수 있게 하는 등의 장점이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