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설날

미국서 맞는 두번째 설날. 작년 설에는 무얼 하면서 보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해마다 설 근처에 있는 한국학생회 설모임에도 나가지 않았었고. 진짜 눈코뜰 새없이 바빴던 작년 겨울학기를 생각하면, 뭐하고 살았는지 모르게 시간이 흘러간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올해는 그래도 조금 달랐다. 긴 기다림 끝에 좋은 소식들이 들려오기 시작했고, 기다려 마지않던 여유라는 것도 조금은 찾게 되었다.

 

떡국과 참조기와 밥만 먹어도 명절 기분이 나기도 하고.

 

브라우니 믹스를 사다가 오븐에 구워 2700 칼로리가 이렇게 쉽게 소모가능하다는 걸 몸소 체험하기도 하고.

 

아마도 유학와서 처음으로 집에 꽃이란 것을 놓기도 하고.

 

참으로 오랜만에 여러사람 앞에서 노래를 불러보기도 하고.

 

사람들을 만나서 소소한 수다를 떠는 것이 즐겁기도 하고.

 

풀무원 생라면에 콩나물과 떡을 넣고 끓여 감탄사를 연발하며 먹기도 하고.

 

쫄래쫄래 스타벅스에 걸어가 더블샷 카페라떼를 들고 다시 쫄래쫄래 걸어돌아 오면서 기분전환도 하고.

 

일상의 소소한 것들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할수 있는 것들이, 꽤나 반가운 요 며칠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