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

목요일 밤을 꼬박 새면서 마지막 writeup 을 제출하고 (짐싸고 정리하는 시간이 더 들기는 했지만;) 금요일 오전 비행기를 타고 12시간 반을 날아 한국에 도착했다. 휴대폰을 임대하고 늘 타는 6009번 버스를 탑승. 늘 저녁시간 즈음에 도착하느라 올림픽 대로가 엄청 막혀서 2시간이 걸려서야 집에 도착.

 

왠지 모르게 이 순간을 위해 지난 1년 3개월을 기다려온 것 같았다. 집에 도착한 것 자체가 특별하고 감회가 새로웠다기보다는, 그냥 속에서 하나의 마일스톤이라고 생각했던 한 지점에 도착한 느낌이랄까. 힘들고 정신없고 스트레스 받을 때마다 속에서는 이번 겨울을 기다려가며 이겨냈으니 말이다. 겨울에도 연구는 계속되고 일도 끊임없이 있겠지만 일단 훨씬 편한 마음으로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다.

 

별 생각없이 두어시간 걸어보고도 싶고 하루종일 퍼질러 자보고도 싶고 커피를 홀짝거리며 브런치를 즐기는 된장놀이도 해보고 싶고 포장마차에서 쓴 소주를 기울이며 찌질해져보고도 싶고 혼자서 바다보러 가보고도 싶고 밀린 책도 잔뜩 읽고 싶고… 

 

어찌됐건 쫓기는 것 없이 느긋하게 요양하는 느낌으로 쉬다가 가고 싶다 (물론 google docs 에는 한국에서 하고싶은, 해야하는, 사고싶은, 먹고싶은 것들 리스트가 가득;;; 뭐 중요한 건 마음이니까 ㅋㅋ) 스스로를 보듬어주지 못해서 내가 나를 상처주는 일은 더 이상 없도록, 그렇게. 그래서 귀국 직전 미친듯한 쇼핑 삼매경에 빠진 건 아닐거야, 암 그렇고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