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나의 사람이란
It’s almost a cliche, but still worth re-iterating:
힘들 때 옆에 있어주는 사람은 결국 끝까지 남는다. 친구도 그렇고 연인도 그렇다.
내가 즐겁고 좋은 상황에 있을 때에는 누구와도 잘 지낼 수 있다. 특히 나는 누구랑 부딪히고 날 세워 대립하는 걸 극도로 싫어해서 그냥그냥 둥글게 지내는 건 자신있다. 문제는 내가 그렇게 할 수 없을 때. 심신이 지쳐있고 곤경에 빠져있고 힘들 때다. 내가 풍족하고 즐거울 때는 세상을 함께할 것처럼 같이 하다가 내가 외로워지고 힘든 상황이 되면 등을 돌리는 야속함. 그러면서 나의 잘못을 지적하는 고통. 그 말에서 오는 죄책감과 배신감. 그럴 때마다 나는 부족하게도 나는 관대하게 나를 다스릴만큼 성숙하지 못하고 남 탓을 한다 아직도.
이렇게 힘든 상황이 되면 가장 적나라하고 깊은 곳의 나와 마주하게 된다. 무섭기도 하고 추한 모습도 있지만, 피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안다. 그 모습과 마주해서도 부끄럽지 않고 당당할 수 있는 내가 되어야지.
이런 상황을 이겨낼 수 있는 건, 내면의 힘보다는 주위의 도움이다. 가장 힘들고 비참함을 느낄 때 비로소 진정한 나의 사람들이 빛을 발한다.
먼 곳에서도 내가 힘들 때마다 긴 시간 통화해 주면서 이야기 들어주고 함께 고민해 주는 친구들.
또 가까이 이곳에서 대화로 정성으로 나에게 힘을 주는 친구들.
과연 나는 그들이 힘들 때 내가 받은만큼 그들에게 도움되는 사람이었는지 새삼 반성해 보게 된다. 상대방 역시 내가 자신에게 등을 돌렸다고 믿을 것이기 때문이다. 스스로 아직도 그릇이 많이 작음을 느낀다. 아직도 나는 나만의 관점을 벗어나지 못했다. 미움보다는 이해로, 자존심보다는 배려로 어쩌면 일방적인 배신이 아니라 서로에게 더 좋은 결정이었다고 생각할 수 있게 되길.
두 종류의 죄책감
죄책감이라는 묘한 감정에는 두가지 종류가 있는 것 같다.
1) 겉으로 보기에 결과는 좋은데, 노력과 실력에 비해 결과가 잘 나오는 경우 (내적인 죄책감)
2) 나의 내부의 과정과는 상관 없이 결과가 안 좋은 경우 (외적인 죄책감)
내적인 죄책감의 예로는, 시험공부 거의 안하고 갔는데 완전 열심히 한 친구보다 잘 봤을 때라든가 연구 미팅에서 내가 실제로 한 건 거의 없는데 완전 열심히 한 사람 취급 받을 때 등등.. 외적인 죄책감은 반대로 나는 최선을 다했는데 아무도 안 알아줄 때, 연애를 할 때 내 정성과 마음이 전달되지 않을 때 등등.. 외적인 죄책감은 두가지 중 하나의 경우다. 결과가 안 좋기 때문에 굉장히 큰 민망함과 부끄러움으로 이어져 각성을 불러일으키는 경우. 더 나은 결과를 위해 굉장히 애쓸 수밖에 없게 된다. 또 하나의 경우는 나는 해도 안 된다는 자책감과 자괴감으로 이어져 슬럼프에 빠지는…
이렇게 써놓고 보니 내적인 죄책감은 꼭 날로 먹는 상황을 말하는 것 같다. 그런데 꼭 나쁜 것만은 아니기도 하다. 상황에 따라서는 좀 뻔뻔해질 필요도 있는 것 같다. 항상 투자 대비 결과를 기대 이상으로 뽑아낼 수 있다면 그것 또한 실력이라 할 수도 있다. 또 PR 을 잘해서 멋지게 포장할 필요도 있는 것이다. 여기서 문제는 ‘어느 정도’까지 괜찮냐는 것이다. 선을 넘지않고 최대한 이 죄책감을 ‘활용’하면 뛰어난 퍼포먼스를 보인다고 칭송받을 수 있지만, 조금만 선을 넘으면 윤리적, 법적, 사회적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이럴 때 센스가 또 중요한 것 같다.
또 하나 흥미로운 측면은, 준비가 잘 안 되어있는 경우 오히려 실전에서는 더욱 겁없고 대담하고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기도 하다는 것이다. 모르니까 용감할 수 있고 재치있게 받아칠 수도 있고 자신이 없으니까 더 집중해서 결과에 초점을 맞출 수도 있다는 것이다. 준비는 열심히 해놓고 막상 실전에서 기가 빠져 결과를 망쳐버리는 경우를 왕왕 보는데, 이럴 때마다 참 안타깝다.
나는 비교적 이런 센스는 있는 편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래서 더욱 두렵기도 하다. 생각해 보면 내가 실제 들인 시간과 노력에 비해 좋은 결과를 받은 경우가 참 많았다. 그래서 외적으로 보기에는 놀것도 놀아가면서 참 많은 일들을 해내고 있는 것 같은 좋은 착각이 들기도 한다. 내가 내적인 죄책감을 종종 느끼는 것도 이 때문인 것 같다.
문제는, 이런 상황들로 인해 내 자신이 더욱 나태해지는 것 아닐까 하는… 결국 가장 크고 중요한 결과는 그동안 꼼꼼이 쌓아온 내공과 실력을 반영할 수밖에 없다. 순간순간 뽀록이 터져서 대박날 수는 있지만 인생 전체를 놓고보면 결국에 노력은 배반하지 않는다. 이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이면서, 또 이렇게 단순한 진리가 통한다는 것을 요즘들어 더욱 느끼면서, 오히려 안정감이 든다. 모든 것을 다 가질 수는 없다. 부도, 명예도, 인간관계도, 사랑도. 다만 내가 노력을 기울이는 만큼 얻을 수 있는 것이라면,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에는 더욱 미쳐서 빠져들고 그렇지 않은 것은 과감하게 접을 줄도 아는 지혜가 필요한 것.
폐인생활
만에 제대로 폐인생활을 즐기고 있다.
정말 미칠듯이 바빴던 겨울쿼터가 3월 18일에 끝났고.
시애틀에서의 즐겁고 배불렀던 4일.
그리고 1주일 정도의 짧았던 Spring Break. 그나마 연구 때문에 쉬지도 못했었는데.
이상하게 개강하고 나서 1주일 정도 푹 쉴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
학기말에 얼마나 바빠지는지를 생각해 보니
지금 조금이라도 쉬어놓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암튼, 이렇게 시작한 폐인생활 ㅎ
일단 무심코 보기 시작한 Gossip Girl!
(Season 1 18편 + Season 2 20편) + 약 40분 = 1520분
대충 25시간 정도 되는데, 이틀 반만에 다 봤다.
그동안 밀린 잠도 몰아서 푹 잤고.
http://www.dkbnews.com/bbs/data/hotandcool/1110436821/py.jpg
나는 대체로 꾸준히 놀기+일하기를 병행하기보다는
몰아서 놀고 몰아서 일하는 편인 것 같다.
장단점은 있겠지만, ‘몰아서’의 정도가 심한 건 안 좋은 것 같다.
규칙적인 생활이 요원한데.. 내 생활 패턴의 불규칙성은 대체로
회사원 < 학부생 < 대학원생 순인 것 같다.
그만큼 자율적인 일정관리와 자기관리가 요구되는 대학원생.
자유와 방종 사이에서 현명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겠다 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