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 동안 들은 수업들
이제 유학 첫 주의 수업이 끝났다. 첫 2주 동안은 'shopping' 기간이어서 다양한 수업을 들어가 보면서 나에게 맞는 과목들을 선택할 수 있다. 나름 여러 종류의 수업을 들어가 보았는데, 어느 수업하나 쉬어가는 것이 없어서 토요일 오전인 지금까지도 피곤함이 남아있다. 수업들이 tight 한만큼 재미도 있고 배우는 것도 많은 것 같다. 몇 가지 기억에 남는 수업들..
- Social Software
한 quarter (10주) 동안 3인 1팀을 이루어서 Facebook 이나 Flickr 와 같은 web application 을 만들어 보는 과목이다. 교수 한 분과 Google personalized homepage (iGoogle 인듯?) 아이디어를 내고 개발책임을 맡았던 분이 강의를 한다. 수업이 초점을 맞추고 있는 분야가 워낙 빠르게 변하고 또 얼마 되지 않아서 Lecture 보다는 토론과 아이디어 구현에 초점을 맞춘다.
20명 정도의 학생이 있었는데, 한 명씩 일어나서 자기 소개와 web 관련 경험, 그리고 취미를 이야기 했다. 잠시 쉬고 나서는 또다시 한 명씩 나가서 자기가 생각하는 프로젝트 아이디어를 말로 설명한다. 그러면 다른 사람들이 질문, 지적, 아이디어 추가 등을 해준다. - Intro to HCI Design
역시 한 quarter 동안 3인 1팀을 이루어 Nokia N95 폰에 올라가는 Flash 어플리케이션 디자인을 한다. 주제는 'Food', 'Memory', 'Place' 의 세 가지 중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Lecture 에서는 이 과정에서 필요한 이론적 배경들을 배우고 Studio 에서는 이들을 실습하면서 프로젝트를 조금씩 완성시켜 나간다. Studio 는 10명 남짓의 학생들과 1명의 조교가 한 section 을 이루는데, 내가 속한 section 에는 학생 중에 65세 할아버지도 있다;;;
학기 말에는 만든 서비스를 가지고 Presentation 을 하고, Industry 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참관해서 역시 질문, 지적, 아이디어 추가 등을 한다. 이 자리는 음식과 발표와 대화가 오가는 파티 분위기라고 교수님은 주장하더라..
한국에서 들었던 창의연구실습과 유사한 느낌의 수업이다. 한국에서 이런 수업을 들을 수 있었던 것이 되돌아 보니 참 좋은 경험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 Graphics
Video Game Competition으로 유명한 과목이다. 역시 팀 프로젝트를 통해 학기말에 3D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발표를 할 때 여러 게임회사 사람들이 와서 점수를 매기고, 순위를 발표한다. 역시 이 사람들이 질문, 지적, 아이디어 추가 등을 하고 그 자리에서 채용을 하기도 한다. 이것을 노리고 방학 때부터 게임을 만드는 팀들도 있고, 일부러 재수강을 하기도 한단다.. 게임 수준들이 상당하다고 알려져 있다. - Design Thinking Bootcamp
요즘 의욕적으로 덩치를 불리고 있는 d.school (design school) 의 과목이다. Shopping 하러 들어갔다가 아주 진땀 뺐다... 들어 갔더니 펜과 종이를 주고 이상적인 형태의 지갑 3가지를 10분 동안 디자인 해보란다. 그러더니 2명씩 파트너를 만들어 주고는 자기 지갑에 대한 이야기를 하란다. 지갑을 언제부터 가지고 다녔고, 어떤 것들이 들어있고,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그 다음에는 내 파트너에게 지갑은 어떤 의미인지 한 줄로 표현을 해보란다. 그리고는 파트너에게 이상적인 지갑을 그려보란다. 그린 것을 파트너에게 보여주고 피드백을 받는다. 이제 하이라이트! 가위와 칼, 색도화지, 레이스 등등을 주더니 10분만에 그 지갑을 만들라는 것이다-_- 이제 다 같이 모여서 자기가 디자인한 지갑에 대해 설명하고 질문하는 시간... - Algorithm Design and Analysis
이번 학기 듣는 과목 중 가장 이론적이고 고전적인 computer science 에 가까운 과목이다. 그래서 수업은 좀 쉬어가는 분위기일 것으로 기대를 했으나.. 완전 토론식으로 알고리즘을 배운다. 거의 수업 전반이 질문, 답, 이의제기, 아이디어 추가로 이루어 진다. 교수는 사회자에 가까운 느낌이랄까? 이런 과목도 이렇게 진행을 하는구나.. 하고 놀랐던 과목. - HCI Seminar
다른 학교의 교수, Silicon Valley 의 전문가들 등이 한 주에 한 명씩 와서 세미나를 한다. 첫 주에는 이곳 CS 를 다니다가 학교를 그만두고 벤처창업을 한 Tristan 이 와서 자신의 서비스 'Apture' 에 대해 이야기 했다. 재미있던 것은 Tristan 이 학생이었을 때 자신의 아이디어를 들고 가 Terry Winograd 교수에게 지도를 받았고, industry 에서의 성공 가능성이 보이자 교수와의 상의를 통해 학교를 그만두고 창업을 했고, Winograd 가 강의하는 세미나 수업에 그가 강연자로 왔다는 사실. 이 세미나는 온라인을 통해 실황을 비디오 스트리밍 감상할 수 있다.
Class Culture at Stanford
드디어 개강을 했다. 이틀간 수업을 듣고 멍한 저녁 시간을 보내고 있는 중이다. 이 곳에서의 수업을 들으면서 느꼈던 것들 몇 가지.
- 수업이 굉장히 active 하다. 문화적 차이일 수도 있는데 교수님들의 말투나 움직임이 한국보다 훨씬 active 하고, 학생들한테도 많은 참여를 요구한다.
- 자연히 더 interactive 하다. 교수님들은 궁금한 점이 있으면 수시로 질문하라고 이야기 하고 (여기까지는 한국과 비슷하다) 학생들은 실제로 그렇게 한다. (이게 다른 점이다;;) 수업따라 다르기는 한데 전형적인 이론 수업도 거의 토론에 가깝게 진행된다.
- 수업에서 실용적인 학풍이 느껴진다. 기본적인 컴퓨터 공학의 이론+시험 수업이 주를 이루었던 한국과 비교해 당장 써먹을 만하고 솔깃할만한 주제를 다루는 수업이 많다. 예를 들면 iPhone Application Programming 이나 최신 웹기술을 다루는 Abstractions for Highly Interactive Web Applications 같은 수업들. 이론 수업들도 교재+진도보다는 현재 활발한 연구와 이 이론적 배경이 어떻게 연결되는가에 초점을 맞추어 진행된다.
- 교수님들의 강의 준비가 철저한 느낌이다. 한 학기의 구체적인 일정이 정확히 제시되고 수업 시간이 타이트하고 면밀하게 관리된다. 그래서 같은 한시간짜리 수업을 들어도 더 집중하고 긴장해야 하는듯..
- 확실히 미국인 교수들은 말이 빠르다-_-;;; 그냥 막 영어를 퍼부어대니까 듣다 보면 순간순간 멍해질 때가 있다 ㅋㅋ 오늘 내가 받은 느낌은 X-Ray 찍을 때의 '노출'된 느낌이랄까..
- Speech Culture 를 알아야 한다. 수업을 포함해 화자 + 다수의 청자의 상황에 있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 때 우리나라와는 다른 '문화적 코드'가 있는 느낌이다. 말하는 방식이나 받아들이는 방식 등에서 미묘한 차이가 느껴지는데, 이런 건 말 그대로 체득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사는 이야기
학교 지원이 얼추 마무리 되었다. 올 1월 GRE 공부를 시작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돌입했던 유학준비도 이제는 감히 8부능선 정도는 넘었다고 말할수 있을 것 같다. 참 많은 일들이 있었고, 그래도 큰 후회는 없다. 나 자신에 대해 새로운 발견을 많이 할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아직 완전히 마무리가 안 된 것이 바로 추천서다. 역시 사람들의 조언대로 추천서가 생각보다 신경이 많이 쓰인다. 내 손으로 안 되는 일이기도 하고... 그래서인지 학교들도 어느 정도는 이런 사정을 감안해 주는 것 같아서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 한두 군데 학교는 데드라인이 지났는데 추천서 입력이 끝나지 않았다. 너무 걱정이 되어 처음에는 화도 나고 그랬는데 막상 내가 할 일은 다 했다는 (어처구니 없지만 냉정하게 보면 또 맞는 것도 같은) 생각이 들고 나니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
어제 겨울 계절학기 개강을 했다. 3년 반 만에 정규수업을 들었다. 조금은 어색하기도 했지만, 반가웠다 수업이. 3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어떻게 달라진 것일까 생각해 보기도 하고. 과연 잘 적응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과, 나름 흥미와 이유를 가지고 신청한 과목들이기에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겠다는 다짐이 반반이다.
요즘 CR (동아리방) 에 자주 출몰하고 있다. 계절 수업 두 개를 9시부터 13시까지 듣고 나면 점심을 먹으러 CR에 간다. 수업을 일찍 끝내주시는 편이라 이틀 연속으로 CR 문을 따고 들어갔다. 어느새 다시금 꽤나 익숙해져버린 이 곳. 역시 반갑다. 오늘은 후배들이 CR에서 크리스마스 파티를 했다. 봉사활동 OT 때문에 길게는 못 있었지만 나름 테이프 뜯어주기, 풍선 불어주기 등으로 파티 준비를 도왔다. CR도 이쁘게 꾸미고 음식도 이것저것 가져다 놓고 사람도 북적북적하니 제법 파티 분위기가 났다. 첨엔 별 생각 없었는데 나중에는 더 있고 싶어지기까지 ㅋㅋ 이런 분위기와 느낌이 그리웠는지도.
한 해도 저물어 간다. 수많은 일들과 기회 속에서 내가 내리는 순간의 선택들이 나의 현재와 미래를 탄탄히 다져주었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