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mall Step Forward 유학, 연구, HCI, 정보와 사람, 창의성

2Aug/1014

요즘

블로그도 백만년만. 안 바쁘니까 더 안 하게되는 블로그. 6월에 졸업한 이후, 시간은 참으로 잘 흘러가고 있다. 월드컵 좀 보고 인턴 좀 하다보니 어느새 8월이고, 3주 후면 서부 -> 동부 이사.

이사

천국의 날씨에서 **의 날씨로 ㅎㅎ 그래도 도시생활이 기대된다. 읍내남이 되기에는 나는 너무 도시에 길들여져 있는지도?요즘은 사람들 많이 만나고 싶고 좋은 곳 맛있는 곳도 많이 다니고 싶다.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몇주째 계속되고 있는 샌프란 맛집기행은 참 좋다. 유일한 단점은 맛에 대해 평가가 박해진다는 것. 이사는 좀 막막하다. 운전만 50시간인 거리. 짐도 뭐이리 많은지. 좀더 가볍게 살아야겠다는 생각. 킨들에 이 책들만 다 넣어버려도 한시름 덜겠다?!

날씨

작년엔 그래도 여름에 좀 더웠던거 같은데, 올해는 일주일동안 땀한번 안 흘리기도 했다. 샌프란은 어제 최저 11, 최고 16도. 피서는 커녕 좀 따뜻한 곳으로 몸 덥히러 다녀야 할 정도. 인턴하고 있는 산골짜기 알마덴도 바람 꽤나 불어주심.

독서

간만에 주말을 좀 유익하게 보냈다. 1Q84 두 권을 읽고 신경숙님의 엄마를 부탁해 읽기 시작. 이사갈 때 책 좀 덜 들고 가려고 읽어버리기 위해 발악하는거 아님-_-;;;

유학

유학이라는 단어, 지난 3~4년 동안 가장 내 머릿속에 크게 자리했던 단어인듯. 드라마 주인공들처럼 뇌구조 그려보면 아마도 그랬겠지? 이제는 조금씩 달라져야 할 때. 문득 학자가 되기 위한 나의 자질에 심각한 의구심을 갖게 되었다. 나는 단기성 성과형 인간일지도. 인간의 지식체계에 보탬이 되는 무언가를 하기 위해서는 마인드부터, 가지고 있는 스킬까지 리노베이션이 필요하다. 주위에 유학을 준비하는 친구들/후배들이 꽤 된다. 그들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무엇이고, 그 말들은 얼마나 유효할까?

직업

박사를 하고 나서 (현실적으로) 택할 수 있는 직업이 그리 많지는 않다. 교수, 연구소, 아니면 일반 회사. 좀더 과감 + 용감하다면 벤처도 있겠다 ㅎ

실리콘 밸리

나는 실리콘 밸리에 살고있음을 느끼는 몇가지. 나와 함께 지난 겨울에 MBA 수업 프로젝트를 함께했던 멤버 두명이 창업을 했다. 이스라엘과 프랑스 출신의 이 친구들은, 꽤나 똑똑하고 잘 할 수 있는 가능성이 다분한 녀석들이다. 요즘 실리콘 밸리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나선 칠레 정부에서 일단 10만불 펀딩을 받고, 50만불짜리도 목전에 두고 있단다. 수업 교수도 투자하겠다고 했고. 이번주에는 칠레에 초청받아 간다는. 박사 올리젝 되었거나 벤처의 꿈이 좀더 컸다면 나도 이 팀의 멤버이지 않았을까. 고생길은 나의 박사과정만큼이나 훤하다. 건투를 빈다. 너희들도, 나도.

우리 랩에서 석사 졸업한 또 한 친구는 수업때 만든 iPad 앱이 대박나서 NBC, NYT 기사 실리고 앱스토어 한동안 1위하다가 결국 IDEO 오퍼 거절하고 창업. 얘는 뭔가 하겠다 싶었는데, 생각보다 시작부터 잘 풀리는듯. 개인적으로 앱 사업의 시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지만, 어떤 창의적인 방향으로 발전할 지 모르는 일이므로 일단 기대를 갖고 지켜봐야 할듯. 둘이 브런치 먹은 적이 있었는데, 그 때부터 창업에 대한 열망이 대단했다. 실리콘 밸리 때문에 스탠포드를 택하는 학생들도 꽤 많다 그러고 보면. 일단 나는 좀더 안전지대로. 5, 6년은 더 있으려고.

재택근무

딴건 모르겠고 출퇴근 시간 신경 안써도 되는 것과 재택근무 가능한 것이 미국 회사의 최대 장점인 것 같다. 그만큼 성과에 대한 책임은 따르겠지만. 금요일 하루만 회사를 안 가도 이렇게 편하구나. 일도 오히려 잘 되는거 같기도 하고.

새로운 세계

어떤 새로움이든 모두 흡수해서 내 것으로 만들겠다는 다짐을 한 적이 있다. 20대의 초입이었을거다 아마. 내가 경험한 것들은 너무나 제한적이고 편향되어 있으니 적어도 스스로 만족감이 들 때까지는 세상이 나를 가르치도록 놔두고 싶다는 생각. 10년이 지나 이제 서른이 다 되어가는데 새로운 세계는 더 크게만 느껴진다. 언제까지나 완전 열어둘 수는 없다. 조금씩 닫아가며 내 세계를 구축해야 하는데, 언제가 될지. 조금은 두렵고 조바심도 난다.

시간

벌써 1년. 작년 이맘때는 라스베가스에 가고 생일파티를 했더랬다. 드라마틱하고 신기했던 여름. 얼굴은 훨씬 그을렸고 살은 조금 찐듯도. 마음은 하늘과 땅차이만큼 안정되었다. 커리어에 있어서도, 개인적인 측면에 있어서도. 작은 성취일 수 있지만, 목표를 달성했다는 점에서 스스로에게 칭찬 한번. 불안과 초조 덩어리인 나를 돌봐주신 주위 모두에게 감사.

20May/1011

근황

이 블로그에 ‘근황’이라는 제목이 들어간 글을 2007년부터 띄엄띄엄 4번째 쓰고 있다. (2007년 4월, 2008년 4월, 2010년 1월) 보통 포스팅이 좀 뜸하다가 그동안 뭐하고 살았나 스스로 되돌아 보고 궁금해하시는 소수의 분들께 소식도 전할 겸 쓰게 되는 것 같다. 지난 3년간의 근황 관련 글들을 읽어보니 ‘그때는 이런 생각을 했었구나’ ‘언제나 바쁘고 정신없었구나’ ‘몇년 전부터 준비하던 일들의 결과를 이제 맞고, 또 나는 몇년 뒤의 일들을 위해 준비하고 있구나’ 등등의 여러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2007년 4월은 회사를 다니면서 GRE를 준비하던 때였다. 출퇴근 길 전철에서 단어를 외우고, 점심시간, 아침, 저녁을 이용해서 틈틈이 공부를 하고 참 치열했던 것 같다. 그러면서 참 잘했다고 생각하는 것 중의 하나는 유학 정보와 및 미국의 HCI 연구 동향 등을 열심히 수집한 것. 그 때의 노력 덕분에 분야에 대한 이해가 많이 생겼다.

 

2008년 4월은 병특을 마치고 학부 마지막 학기를 다니면서 석사 학교를 결정하던 시기였다. 조금은 더 여유있게 보낼 수도 있었을 때인데 왜인지 모르게 정신 없었던 때. 이제야 왜 공부하는지, 무엇이 재미있는지 알 것 같은데 학부는 한 학기밖에 남지 않고 유학은 떠나야 하고. 학부 생활에 대한 미련이 어느 정도 있었던 것도 같다.

 

2010년 1월은 유학을 나온지 1년도 훌쩍 넘어 박사지원을 마치고 그동안 밀렸던 연구와 수업에 욕심을 부리면서 바빴던 시기. 지난 겨울학기는 유학을 와서 가장 ‘내가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구나’ 하는 느낌을 많이 받았던 학기였다. 모의 벤처 수업과 끊임없는 연구미팅에 면접 등등.

 

2010년 5월은, 앞의 세 글을 썼던 때보다는 훨씬 여유있고 안정적인 느낌이다. 앞으로 5+년을 지낼 곳이 결정되었고, 석사는 그럭저럭 잘 마무리 되어가고 있고, 며칠동안 감기기운을 빼면 특별히 힘든 일도 없는 것 같다. 2007년 1월부터 본격적인 유학 준비를 했던 것이 이제야 드디어 마무리가 되는 느낌이랄까. 참 길고 험한 과정이었지만, 나 자신과 내가 하고싶은 일들에 대해 배운 점도 많았던 시간이었다.

 

 

1. 어제 마지막 연구미팅을 했다. 프로젝트는 계속 진행되는 것이지만, 나는 이제 내 부분을 정리해서 넘겨주고 공식적으로 더 이상 일을 하지 않기로 했다. 작년의 나와 비슷한 위치에 있는 석사 친구에게 그동안 한 일들에 대해 설명해주고, 코드를 정리해서 넘겨주고, 마지막 데모를 위해 여러가지 수정도 했다. 미국에 오자마자 정말 운좋게 첫쿼터부터 연구를 시작할 수 있게 해주었던 이 프로젝트. 1년 반 유학생활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했던 일이었다.

 

이 연구는 여러모로 나에게 고마운 존재였다. 박사진학을 하는 데에 결정적인 도움을 주었고, HCI 연구가 무엇인지 가르쳐 주기도 했고, 돈과 지도교수와 학회경험 등을 주기도 했다. 제대로 된 페이퍼가 내가 있는 동안 나오지 못한 것이 아쉽지만, 앞으로 가능성이 많은 프로젝트이고, 그 첫발을 떼는 데에 내가 어느 정도 역할을 한 것 같아 아쉬움은 없다. 졸업을 한 달여 앞두고 조금은 일찍 정리하게 된 건, 여름 동안 인턴을 해야 하고, 이제는 ‘내 연구’에 대해서 좀더 진지하게 고민하고 준비하기도 해야 하고, 무엇보다 이 프로젝트에 쏟을 에너지가 더 이상은 남아있지 않아서이다.

 

연구 말미에 아이들은 교수님과 다음 할일들과 미팅 일정을 잡고, 나는 좀 덩그러니 묘한 느낌을 받으며 앉아 있었다. 교수님이 ‘You’ve done a lot of work on this project, Juho. You’re graduated from now on’ 이라고 이야기 했다. 그때 이상하게 짠한 느낌이 왔다. 연례행사인 랩 사진을 찍을 때 보자고 하며 공식적인 마지막 연구미팅을 마쳤다.

 

2. IBM Almaden Research Center 에서 인턴을 시작했다. 외국인이라 학기 중에는 주당 20시간밖에 일을 할 수 없기 때문에 6/14까지는 주 20시간을 일하고 그 이후에는 full-time으로 8월 중순까지 일하기로 했다. 내가 속해있는 USER Group 은 HCI 연구 랩으로, 20~30명 정도의 연구자들이 속해 있는, 이 분야에서는 꽤 규모가 큰 랩이다.

 

 http://www.research.ibm.com/images/about/labs/almaden1.jpg

 

연구 센터는 학교에서 차로 40분 정도 떨어진 San Jose 의 남쪽 끝에 있는데, 정말 말그대로 산꼭대기에 연구센터만 덩그러니 있다. 근처는 wildlife preservation area 여서 산을 올라가다 보면 사슴도 뛰어다니고.. 건물을 나와서 보이는 것 중에 주차장 말고는 전부 초록이다. 사람의 흔적은 차를 타고 산을 내려가야 찾을 수 있다.

 

3. Social Application 에 들이는 시간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Facebook 과 Twitter 도 자주 들락날락하고, Mafia Wars, We Rule 과 같은 게임도 꽤 열심히 하게 되었다. 흥미를 잃어가고 있기는 하지만… Facebook 과 Twitter 에서는 내가 머릿속에 품고 있는 짤막짤막한 생각들을 툭툭 던지고 다른 사람들의 피드백을 받는 것이 가장 재미있다. 게임에서는 플레이를 하는 재마와 만족도 측면에서 여러가지 부족한 것이 사실인데, 묘하게 계속 하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다.

 

4. 감기 떄문에 골골대고 있다. 목이 아프고 칼칼하고 기침도 난다. 그래도 주말에 최악이다가 조금씩 나아가는 느낌. 노래방 가야하는데…

 

5. 캘리포니아에 비가 이렇게 자주 오다니! 작년에는 2~3월부터 비 구경하기가 힘들었는데 올해는 뭐 그냥 계속 심심치 않게 비가 온다.

 

6. 8월 중순이면 이곳을 떠나 동부로 이사를 간다. 그 전에 주변 여행도 하고 책도 좀 읽고 운동도 열심히 하고 앞으로 뭐할지 생각도 좀 해보고 푹 쉬어야겠다. 무엇보다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싶다. 이곳에서의 소중한 인연들을 놓치고 싶지 않다. 지난 10년간 가장 단절된 상태에서 살았던 생활이었다. 사람들과 늘 부대끼고 어울려 지냈던 한국이 이럴 때 가장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