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블로그도 백만년만. 안 바쁘니까 더 안 하게되는 블로그. 6월에 졸업한 이후, 시간은 참으로 잘 흘러가고 있다. 월드컵 좀 보고 인턴 좀 하다보니 어느새 8월이고, 3주 후면 서부 -> 동부 이사.
이사
천국의 날씨에서 **의 날씨로 ㅎㅎ 그래도 도시생활이 기대된다. 읍내남이 되기에는 나는 너무 도시에 길들여져 있는지도?요즘은 사람들 많이 만나고 싶고 좋은 곳 맛있는 곳도 많이 다니고 싶다.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몇주째 계속되고 있는 샌프란 맛집기행은 참 좋다. 유일한 단점은 맛에 대해 평가가 박해진다는 것. 이사는 좀 막막하다. 운전만 50시간인 거리. 짐도 뭐이리 많은지. 좀더 가볍게 살아야겠다는 생각. 킨들에 이 책들만 다 넣어버려도 한시름 덜겠다?!
날씨
작년엔 그래도 여름에 좀 더웠던거 같은데, 올해는 일주일동안 땀한번 안 흘리기도 했다. 샌프란은 어제 최저 11, 최고 16도. 피서는 커녕 좀 따뜻한 곳으로 몸 덥히러 다녀야 할 정도. 인턴하고 있는 산골짜기 알마덴도 바람 꽤나 불어주심.
독서
간만에 주말을 좀 유익하게 보냈다. 1Q84 두 권을 읽고 신경숙님의 엄마를 부탁해 읽기 시작. 이사갈 때 책 좀 덜 들고 가려고 읽어버리기 위해 발악하는거 아님-_-;;;
유학
유학이라는 단어, 지난 3~4년 동안 가장 내 머릿속에 크게 자리했던 단어인듯. 드라마 주인공들처럼 뇌구조 그려보면 아마도 그랬겠지? 이제는 조금씩 달라져야 할 때. 문득 학자가 되기 위한 나의 자질에 심각한 의구심을 갖게 되었다. 나는 단기성 성과형 인간일지도. 인간의 지식체계에 보탬이 되는 무언가를 하기 위해서는 마인드부터, 가지고 있는 스킬까지 리노베이션이 필요하다. 주위에 유학을 준비하는 친구들/후배들이 꽤 된다. 그들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무엇이고, 그 말들은 얼마나 유효할까?
직업
박사를 하고 나서 (현실적으로) 택할 수 있는 직업이 그리 많지는 않다. 교수, 연구소, 아니면 일반 회사. 좀더 과감 + 용감하다면 벤처도 있겠다 ㅎ
실리콘 밸리
나는 실리콘 밸리에 살고있음을 느끼는 몇가지. 나와 함께 지난 겨울에 MBA 수업 프로젝트를 함께했던 멤버 두명이 창업을 했다. 이스라엘과 프랑스 출신의 이 친구들은, 꽤나 똑똑하고 잘 할 수 있는 가능성이 다분한 녀석들이다. 요즘 실리콘 밸리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나선 칠레 정부에서 일단 10만불 펀딩을 받고, 50만불짜리도 목전에 두고 있단다. 수업 교수도 투자하겠다고 했고. 이번주에는 칠레에 초청받아 간다는. 박사 올리젝 되었거나 벤처의 꿈이 좀더 컸다면 나도 이 팀의 멤버이지 않았을까. 고생길은 나의 박사과정만큼이나 훤하다. 건투를 빈다. 너희들도, 나도.
우리 랩에서 석사 졸업한 또 한 친구는 수업때 만든 iPad 앱이 대박나서 NBC, NYT 기사 실리고 앱스토어 한동안 1위하다가 결국 IDEO 오퍼 거절하고 창업. 얘는 뭔가 하겠다 싶었는데, 생각보다 시작부터 잘 풀리는듯. 개인적으로 앱 사업의 시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지만, 어떤 창의적인 방향으로 발전할 지 모르는 일이므로 일단 기대를 갖고 지켜봐야 할듯. 둘이 브런치 먹은 적이 있었는데, 그 때부터 창업에 대한 열망이 대단했다. 실리콘 밸리 때문에 스탠포드를 택하는 학생들도 꽤 많다 그러고 보면. 일단 나는 좀더 안전지대로. 5, 6년은 더 있으려고.
재택근무
딴건 모르겠고 출퇴근 시간 신경 안써도 되는 것과 재택근무 가능한 것이 미국 회사의 최대 장점인 것 같다. 그만큼 성과에 대한 책임은 따르겠지만. 금요일 하루만 회사를 안 가도 이렇게 편하구나. 일도 오히려 잘 되는거 같기도 하고.
새로운 세계
어떤 새로움이든 모두 흡수해서 내 것으로 만들겠다는 다짐을 한 적이 있다. 20대의 초입이었을거다 아마. 내가 경험한 것들은 너무나 제한적이고 편향되어 있으니 적어도 스스로 만족감이 들 때까지는 세상이 나를 가르치도록 놔두고 싶다는 생각. 10년이 지나 이제 서른이 다 되어가는데 새로운 세계는 더 크게만 느껴진다. 언제까지나 완전 열어둘 수는 없다. 조금씩 닫아가며 내 세계를 구축해야 하는데, 언제가 될지. 조금은 두렵고 조바심도 난다.
시간
벌써 1년. 작년 이맘때는 라스베가스에 가고 생일파티를 했더랬다. 드라마틱하고 신기했던 여름. 얼굴은 훨씬 그을렸고 살은 조금 찐듯도. 마음은 하늘과 땅차이만큼 안정되었다. 커리어에 있어서도, 개인적인 측면에 있어서도. 작은 성취일 수 있지만, 목표를 달성했다는 점에서 스스로에게 칭찬 한번. 불안과 초조 덩어리인 나를 돌봐주신 주위 모두에게 감사.
6. 학풍
이 글은 유학 가이드 시리즈의 여섯번째 글이다. 학교를 선택하기 전에 고려할 것이 여러가지 있다. 그 중에서도 한국에서 가장 알기 어려운 것이 학풍이 아닐까 한다. 학교마다 고유의 학풍이 있고, 교수와 과목, 연구환경과 분위기, 그리고 당연히 학생들의 연구방향과 성향 역시 이러한 학풍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유학생들로부터 ‘이 학교 뭔가 나랑 안 맞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늗데, 대체로 학풍에 대한 적응 문제인 것 같다. 내가 보고 듣고 경험한 선에서 단정적으로 이야기하자면 Computer Science 나 HCI 연구에 있어서 Stanford 는 실용적이고 application 중심적인 학풍의 극단에 서 있는 학교이고, CMU나 MIT 는 보다 이론적이고 fundamental 한 연구를 중시하는 것 같다.
주위 환경과 무관하지 않다. Stanford 는 주위의 Silicon Valley 회사들과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학교-회사-학생의 세 축은 절묘한 균형을 이루면서 시너지를 내고 있다. 프로젝트 수업에서는 기말 발표 때 각종 회사 사람들이 와서 학생들의 발표를 듣고 채점을 하고 네트워킹을 한다. 여기서 인턴십이나 아르바이트 기회를 얻기도 한다. 또 하나 흥미로운 것은 벤처(Start-up) 정신이다. 이 곳 학생들은 벤처에 대해 ‘내 아이디어가 있으면 꼭 한 번 해봐야 할 것’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박사학위를 따고 벤처회사에 입사하거나 벤처를 시작하는 비율이 얼마나 될까? 그런데 여기서는 Ph.D. 를 그만두거나 졸업하고 벤처에 뛰어드는 것이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수업 프로젝트 아이디어가 좀 괜찮다 싶으면 바로 비즈니스로 연결시키려는 학생들도 많다. 예를 들어 iPhone programming 수업 같은 경우 Apple 에서 직접 가르치는 수업을 수강한 뒤 자연스레 창업으로 연결시키려는 학생들이 많이 듣는 것 같다. GSB (Graduate School of Business) 나 d.school 의 수업을 보면 아이디어를 실제 구현하고 상용화까지 하는 과정을 다루는 경우가 꽤 있다. 랩 홈페이지 등을 보고 내 주소를 알아내서 창업하는데 같이 할 생각 없냐는 메일도 가끔씩 온다. 또한 학교 곳곳에서 다양한 주제를 통해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을 비즈니스적으로 연결시켜주는 프로그램들이 자주 열린다.
이렇게 ‘벤처 권장하는 학풍’이 만연해 있는 곳이 Stanford 이다. 물론 장단점이 존재한다. 장점은 활기넘치는 분위기와 학생들 스스로의 동기부여이다. 프로젝트를 열심히 하면 단순히 수업 학점만 잘 받는 것이 아니라 직업이나 돈, 꿈과 직결될 수 있다는 믿음이 학생들을 자발적으로 움직이게 한다. 회사들 또한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자신들의 제품을 활용해서 학생들이 기발한 아이디어나 소프트웨어를 자발적으로 만들어 준다는 데 마다할 리 없으니 말이다. 단점은 관심 분야의 편중과 학문적 깊이의 부족이다. 커리큘럼이나 교수들의 연구에 있어서 주제의 선택과 집중이 명확하다. 교수들도 ‘되는 것과 안 되는 것’ 에 대한 선이 분명한 편이다. 잘 나가는 것에 대해서는 최고의 지원을 받으면서 즐겁게 연구할 수 있지만, 내가 관심있는 것이 주류에서 좀 거리가 있거나 실용적인 가치가 적다면 이런 혜택을 기대하기 어렵다. 자연히 경쟁력 있는 쪽으로 관심과 자원이 몰리게 되고 여기서 발전이 일어난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여기서의 ‘경쟁력’이 학문적 가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나치게 실용을 강조해 학문적 깊이가 부족하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학교마다 고유한 분위기와 방향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특색이 분명할수록 보통 더 매력적인 학교라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나의 성향과 취향을 파악하고 학교와 매칭해 보는 줄긋기 과정일 것이다. 학교마다의 ‘분위기’는 와보지 않고서는 알기 어려운 것들이다. 학교 선택으로 고민을 할 때 과연 이 학교의 학풍이, 이 교수의 연구 방향이 나와 맞는가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 던져볼 필요가 있다. 또 그 학교에 있는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던져볼 필요가 있다. Visiting day 도 좋고 교수나 랩 홈페이지를 통해 직접 물어봐도 좋다.
학교의 객관적 명성이나 랭킹은 (일단 객관적이라는 것이 존재하는가에 대해서도 의문이지만) 나의 관심과 얼마나 부합하는가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해주지 않는다. 안 맞는 옷을 입고 대학원 5~6년을 보내기에 이 시기는 너무 중요한 시기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