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 전문가 숙련 과정

결국 대학원이란 곳은 연구 전문가를 키워내는 곳이고,

박사과정이란 연구 전문가 숙련 과정이 아닐까.

 

학계라는 곳에서 벌어지는 연구라는 게임의 법칙을 이해하고 나아가서는 새로운 법칙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 나가는 과정. 물론 여기서 말하는 연구라는 것은 publication 을 기반으로 기존 학계의 인정을 받는 과정을 의미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활동이 아닌 연구도 얼마든지 가능은 하다. 그저 자기가 해보고 싶던 것을 별다른 속박 없이 마음껏 탐구하는 것도 있을 수 있다. 다만 대학원에서 이런 의미의 연구를 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아, tenure 를 받은 교수라면 가능하다! 평생 꿈꿔왔던 것들을 양질의 대학원생들과 ‘함께’ 저비용으로 실현시킬 수 있다.

 

어쨌든 중요한 건, creative & groundbreaking 한 연구는 결코 남들과 단절된 곳에서 혼자 틀어박혀 짜잔~하고 공개하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진정으로 가치있고 변화를 만들어내는 연구는, 아이디어의 시작에서부터 주위의 동료들과, 또 community 와의 교류, 논쟁, 피드백을 주고받는 과정을 통해 보다 견고하고 실현가능한 것이 된다. 창의성이란 주위의 인정과 기존의 법칙을 정확히 이해하지 않고서는 발현되기 어렵다는 주장과도 일맥상통하다. 창의성과 창의적 인재, 그리고 어떤 학교를 선택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은 전부터 해오던 것인데, 2007년 한창 유학 준비하면서 썼던 이 글에도 잘 나타나 있다.

 

요즘 부쩍 학계의 ‘게임의 법칙’을 많이 보고 배우고 느끼고, 이로 인해 깨지고 멍해있고 정신없어 하고 있는 것 같다. 지난 9월에 마감이었던 CHI paper 를 쓰는 것도 그렇고, 며칠 전 UIST 학회를 다녀온 것, 또 거기서 40초 madness (40초동안 자신이 발표할 포스터의 내용을 홍보하는 미니 발표) 를 했던 것, 사람들이 하는 무수히 많은 presentation 과 또 이에 대해 주고 받는 질문과 답, 학계에서의 socialize 하는 방식까지. 어느 하나 아직은 편한 것이 없다. 다 어렵고 모르겠고 이질적인데, 약간은 맛을 보기 시작한 것 같아서 설레고 길이 조금은 보이는 것 같아서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