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itioning, the Battle for Your M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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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ck Trout & Al Ries
을유문화사
★★★★

포지셔닝이란 잠재고객의 마인드에 차별화된 해당 상품의 위치를 심어주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기업과 제품의 입장이 아닌, 고객 마인드와의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사람들의 마인드에 들어가는 것은 힘들지만, 한 번 들어가면 그 위치를 유지하는 것은 쉽다. 사람들은 좀처럼 처음 강하게 박힌 인상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단순명료하면서도 ‘첫번째’가 되기 위한 포지셔닝을 해야 한다.

만일 현재 해당 시장에서 리더가 아니라면 리더에 대항할 수 있는 대체 포지션, 즉 빈틈을 찾아야 한다. 크기의 빈틈을 찾아 ‘작게 생각하라’는 광고카피로 성공을 거둔 폭스바겐의 비틀이나, 고가의 빈틈을 공략해 프리미엄 마켓을 형성하는 맥주, 자동차 시장, 그리고 성별의 빈틈을 공략해 강렬한 남성 이미지 광고로 성공을 거둔 말보로 등의 경우가 좋은 예이다.

기업 및 브랜드의 이름 역시 중요하다. 상품의 이미지에 걸맞는 쉬우면서 명료한 이름을 사용해야 한다. 모든 상품에 자주 쓰이는 ‘원’이나 이니셜은 되도록 피하는 것이 좋다. 들어서 무슨 뜻인지 전혀 알 수 없는 이름들도 경계해야 한다. 지역적인 이름을 가진 ‘이스턴 에어라인’은 절대 ‘아메리칸’이나 ‘유나이티드’와 같은 이름을 가진 항공사를 이길 수 없다.

새로운 상품에는 새로운 브랜드를 도입해야 고객들의 마인드 혼동 및 붕괴를 막을 수 있다. 컴퓨터 시장에 진입하는 제록스는 복사기에서 쌓아 놓은 이미지에 편승해 성공할 것이라 예상했지만, 결과적으로 복사기 이미지를 극복할 수 없어서 실패하고 말았다. 이미 성공한 브랜드를 통해 라인 확장을 해 무임승차 하려는 태도는 매우 위험한 것이다. 소형 이미지를 구축한 폭스바겐이 고급 호화 승용차 분야에 진입한 것이 좋은 실패 사례다. 그들은 광고 헤드라인으로 ‘다른 사람들을 위한 각기 다른 폭스바겐’이라는 ‘끔찍한’ 전략을 씀으로써 실패를 자초했다.

포지셔닝은 비단 기업과 제품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서비스, 교회, 자기 자신과 경력에도 적용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듯 포지셔닝의 개념은 현대 사회의 커뮤티케이션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며, 이를 이해하고 활용함으로써 성공적인 마케팅을 할 수 있다.

20년 전에 ‘포지셔닝’ 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마케팅 분야에 제시한 두 저자가 그 동안 다양한 기업들의 포지셔닝 사례와 변천사를 담아 새롭게 책을 구성했다. 포지셔닝은 어렴풋이 이런 것이구나 하고 짐작만 하고 있었는데 이 책을 통해 더 현실적이고 명확한 개념을 알 수 있었다. 특히 다양한 실제 사례를 제시하면서 저자들의 주장이 더욱 설득적으로 다가왔다. 자신들의 예상이 틀린 부분에 있어서는 솔직히 시인하고, 그러한 차이가 생긴 원인에 대해 분석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한 현재 잘못된 길을 걷고 있다고 느끼는 기업에 대해서는 신랄한 비판도 서슴지 않는다.

소비자의 마인드를 쟁탈하기 위한 싸움인 마케팅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선점이다. 선점할 수 없다면 선점할 수 있는 것으로 상품의 포지션을 바꾸어야 한다. 한 번 선점한 이후에는 이 유리한 포지션을 다른 제품에 그대로 적용해서는 안 된다. 이는 공멸하는 지름길이 된다. 우리 회사 제품을 보면 제품군별로 다른 브랜드를 갖고 있어 포지셔닝에 좋은 여건을 가지고 있다. 만일 디바이스 서버와 VoIP 제품군이 동일한 브랜드, 혹은 기업명을 제품명에 도입했다면 포지셔닝이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차별화가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Portbase라는 이름은 타사의 디바이스 서버와 유사한 하나의 브랜드일 뿐, Portbase여서 갖는 특징이 없다. 그렇기에 미리 시장을 선점한 기업들을 따라잡을 수 없는 것이다. 포지셔닝을 통해 Portbase가 ‘첫번째’인 새로운 영역을 창출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제품이 변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집중적으로 홍보할 포인트만 바꿈으로써 충분히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신제품을 기획할 때에도 마찬가지이다. 기술적으로 세계최초인 것은 회사에 의미가 있지, 고객에게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다. 고객의 마인드 속에 자리잡기 위해 제품의 포지션을 설정하고 그곳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Port+Base나 Dial+Gate와 같은 합성어보다는 한 단어로 보다 짧고 명료한 브랜드명이 효과적일 것이다.

풍부한 사례와 저자들의 직선적인 문체 덕분에 책을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물론 포지셔닝만으로 제품의 모든 것이 결정지어 지는 것은 아니겠지만, 소비자의 마인드에 들어있는 인식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중요한 것은 기업의 입장이나 제품 자체가 기술적, 기업 전체적으로 갖는 의미가 아니다. 이 제품이 소비자에게 ‘어떻게 인식되는가’가 그 제품의 성공과 실패를 나누는 유일한 잣대이다. 이렇듯 고객의 입장에서 모든 마케팅을 기획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얻은 것이 이 책을 통한 수확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저자들이 포지셔닝의 다양한 적용을 소개하면서 자기 자신과 경력, 그리고 ‘성공에 이르는 여섯 단계’등의 자기계발에 관한 내용을 언급한 것은 물론 의미가 있지만 책의 전반적인 내용과는 거리가 있는 것 같다. 이론적 타당성을 보이고 주장을 강조하기 위해 이 책을 읽고자 하는 독자들의 마인드에 대한 고려를 덜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저자들 스스로 ‘자기 동기 부여’ 사업에 뛰어들 자격이 없다고 시인하고 있기도 하다 =)

Author: mcpanic

어떻게 하면 보다 사람냄새 나는 기술을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는 Human-Computer Interaction (HCI) 연구자 / 컴퓨터과학자 / 새내기 조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