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드러커의 자기경영노트 (The Effective Execut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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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ter F. Drucker
이재규 옮김
한국경제신문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대부분은 지식근로자(knowledge worker)이다. 지식근로자에게 있어 단 하나의 핵심 과업은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다. 이 책의 주제는 ‘지식근로자의 목표 달성 능력은 습득 가능한 것이며, 습득해야만 한다’라는 간명한 문구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목표 달성을 위해 익혀야 할 다섯 가지의 능력을 제시하고 있다.

1. Know Thy Time: 자신의 시간이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알라.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시간은 아무리 미미하더라도 체계적인 관리를 통해 활용해야 한다.

2. What Can I Contribute?: 활동의 초점을 외부 세계, 즉 업무 그 자체가 아닌 결과에 연결시킨다. 일하는 기법과 도구, 일에 대한 정의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창출해야 하는 것으로 기대되는 결과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한다.

3. Making Strength Productive: 강점을 바탕으로 성과를 낸다. 개인, 조직, 상황에 따른 강점을 바탕으로 성과를 낼 수는 있어도, 약점을 기반으로 성과를 올릴 수는 없다.

4. First Things First: 우선 순위를 정하고, 우수한 성과와 결과로 연결될 수 있는 주요 부분에 집중한다. 중요한 일을 먼저 하는 것 이외에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다. 두번째로 중요한 일은 결코 하지 않는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다.

5. Effective Decisions: 목표 달성을 위한 의사결정을 한다. 의사결정은 체계적 절차로, 올바른 순서와 단계가 존재한다.

Peter Drucker. 고등학교 때인가 유명한 미래학자라고 처음 들었던 것 같다. 대학에 와서, 경영학 수업을 몇 개 들어보고는 경영학의 구루(guru)라는 생각을 했다. 회사에 와서, 조직 속에서 시간관리나 성과에 대한 관심이 많이 생기던 차에 인터넷 상에서 Drucker의 사상을 정리한 글을 읽고 나서는 지금 나에게 절실한 무언가를 일러주는 선각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드디어 Drucker가 저술한 책을 처음으로 읽어 보았다.

Effective Executive. 목표를 달성하는 경영자. 이 책을 통해 그 동안의 생활 방식과 사고 방식에 대한 피드백을 많이 얻을 수 있었다. 그 동안 나는 약점을 보완하는 데에만 급급하여 강점을 발휘하는 데에는 소홀했던 것 같다. ‘이 부분은 이미 잘 하고 있으니 더 이상 발전시킬 필요는 없어. 이제 내가 못하는 것을 키우자..’ 이러한 생각의 결과는 잘 안되는 것을 해야만 한다는 심리적 압박감과 귀찮니즘으로 인한 스트레스뿐. 둥글둥글한 것도 좋지만, 이래서는 성과도 둥글둥글할 수밖에 없다. 최근 1,2년 동안 가장 절실히 느낀 것 중 하나는 ‘무기’가 필요하다는 것.

요즘 슈로대 MXP를 하면서 느끼는 것이기도 한데^^;; 약한 무기 잔뜩과 필살기가 있는 캐릭터와, 무난한 무기만 여럿 있는 캐릭터 중 결국 보스급과 상대하고 레벨업이 일어나는 것은 전자이다. 지금의 나는, ‘이것저것 안 해본 것 없고, 못하는 것 없는’ 사람의 이미지 환상에 집착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생각이 2001년부터 대학생인 나에게 큰 영향을 주었고, 지금까지도 그러했다. 이러한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는 것은, 그간의 사고방식이 가져온 성과의 부재, 집중력 분산 등의 한계가 표면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했기 때문이 아닐까..

또 하나 책을 통해 주목한 부분은 ‘우선순위’에 따른 시간관리이다. 언제나 부족한 자원-시간-관리를 위해 프랭클린 플래너도 써보고 여러 번 다짐도 해 보았지만 ‘급하고 금방, 쉽게 처리할 수 있는 것’의 함정에 빠져 정작 중요한 일들을 미뤄왔던 것 같다. ‘분석보다 필요한 것은 용기’라고 했던가. 나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두리번거리지 않고 한 가지에 몰두할 수 있는 ‘용기’이다. ‘멀티태스킹형 인간’ 이 되자는 생각과, 다양한 일들을 거시적인 관점에서 바라봄으로써 시너지를 극대화하자는 생각이 현재 나의 사고방식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것이 집중에 방해가 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듯하다. 이 두 가지 상반되어 보이는 요소를 조화시키는 일이 앞으로 나의 시간, 업무관리에 있어 관건이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 동안의 독서 방식에 있어서도 느낀 점이 있다. 그 동안 한창 이슈가 되고 있는 Trend 중심의, 쉽게 읽히는 책들만을 읽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책들은 쉽게 읽히지만 깊이가 얕고 case-by-case의 설명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 책은 논지의 전개 흐름이 이런 책들에 비해 길기 때문에 잘 읽히지 않는 부분도 있었고, 스스로의 독서내공의 얕음을 절감했다. 지하철에서 틈틈이 읽기보다는 책상에서 정독을 하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후회도 들었다.

Author: mcpanic

어떻게 하면 보다 사람냄새 나는 기술을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는 Human-Computer Interaction (HCI) 연구자 / 컴퓨터과학자 / 새내기 조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