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eer Fair

매 쿼터마다 열리는 Career Fair. 회사들은 부스를 차려놓고 우수한 학생들을 끌어가기 위해 유혹하고, 학생들은 조금이라도 자신에게 더 맞는 회사에 들어가기 위해 스스로를 세일즈한다. 오는 회사의 수도 많고, 학생들 역시 많이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는 행사이다. 어제와 오늘 두 번의 Career Fair 가 있었는데 어제는 학교 전체를 대상으로 300여개의 회사가, 오늘은 Stanford Computer Forum 에서 Computer Science 전공자를 뽑으려는 50여개의 회사가 참여했다.

0) 왜 가야하지?

학교마다 Career Fair 가 열리면 수백개의 회사들이 한 장소에 몰려오기 때문에 정보를 얻기가 용이하다. 또한 여기에서 오프라인 면담을 통해 이력서를 접수하는 것이 – 물론 온라인 지원이 점점 많아지고 있기는 하지만 – 좀더 정석인듯한 느낌이 있다. 보통 Full-time 과 Internship 지원으로 나뉘는데, 나처럼 여름에 Intern 을 하려는 경우 보통 12주동안 일을 한다. 6월에 시작인데 왜 벌써 모집하는건가? 물론 Internship 시장의 대세는 1월이지만, 좀더 부지런하게 움직이는 회사/학생들이 있기 때문에 가을에도 Internship 시장이 꽤나 활발하다.

내가 좀더 부지런하게 움직여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Computer Science 를 전공하는 학생들이 일반적으로 택하는 career 인 Software engineer 보다는 HCI (Human-Computer Interaction) 와 관련된 UI Engineer, Interaction Design, UX Research 등의 일을 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모집하는 회사도 한정되어 있고 인원도 적을테니..

1) 열리기 전

우선 Resume 가 필요하므로, 유학 지원할 때 만들어 놓았던 academic 한 CV 를 다듬어서 professional 한  한 장짜리 Resume 를 급조했다. 이 과정에서는 HCI 로 유명한 몇몇 학교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학생들 홈페이지를 타고 들어가 Resume 를 10~20개 정도 보면서 좋은 점들을 흡수하려고 애를 써봤다. 잘 되지는 않은 것 같다-_-;;; 이것저것 욕심내서 부각시키려다 보니 초점이 좀 흐려진 느낌이랄까.

혼자 삽질하는 외로움과 시행착오를 줄여주기 위해 학교에서 Career Fair Workshop 을 했다. 월요일에는 거기에 가서 공짜점심을 얻어먹으면서 여러가지 팁을 얻을 수 있었다. Yahoo 와 Cisco 의 HR 담당자들이 와서 Resume 작성 뿐만 아니라 Career Fair 에서의 각종 에티켓 및 자세, Elevator Speech, 인터뷰 등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해주었다. 한국과 비슷하면서도 job search -> sign up 까지의 좀더 정형화된 protocol 이 존재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서로 다른 회사 사람인데도 같이 발표를 하면서 잘 어우러지는 것이 인상깊었다.

단체 Workshop 을 해도 헤매는 학생들을 위해 Resume / Interview 1-on-1 지도 프로그램도 있다. 다 해 줄 수는 없다고 몇 명만 뽑아서 해준다고 하는데 Resume 첨삭에 뽑혔다. ㅋㅋ 그런데 금요일이라서 일단 Career Fair 는 지나고 한다는거;; 그래도 겨울 career fair 에서는 한차원 높아진 수준의 Resume를 자랑스럽게 내밀어 줄테다!

2) 당일날

심호흡을 크게 하고, Resume 를 10여장 뽑아들고 행사장으로 향한다. 오는 회사들 목록이 인터넷에 있으니 목록을 스윽 훑어보고는 가보고 싶은 회사를 대충 마음에 정해놨다. 행사장에 들어가니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 또 정글이 생각났다-_-;;; 분위기 파악을 위해 두리번거리다가 용기를 내어 근처에 있던 회사 Yahoo! 부스에 갔다. Workshop 에서 배운대로 강한 악수로 자신감을 보인 뒤 (풉) 자기 소개를 하고 원하는 직종과 Internship 이야기를 꺼냈다. 그러니까 그 쪽에서는 자기 회사 이야기를 막 한다. 그런 식으로 대화를 주욱 이어나가다 보면 보통 이력서를 달라고 한다. 그러면 주고 나서 향후 절차를 물어보고, 명함을 받아들고, 선물 있으면 꼭꼭 챙겨서 바이바이한다. 적어놓고 보니 별거 아닌거 같기도 한데, 처음이고 하다보니 생각보다 긴장이 많이 되었다. 그래도 미국와서 영어를 가장 많이 한 날이 아니었나 싶다-_-

그렇게 10여개의 회사를 돌았다. 일반 Software Engineer 가 아니어서 원하는 것을 이야기 하는 데에 좀 어려움이 있기는 했지만, 나름 의미있었던 것 같다. 이력서를 내고 온 회사는 Microsoft, Google, Yahoo!, Apple, Oracle, Amazon, Adobe, Facebook, 그리고 Start-up 에 가까운 Palantir, SocialMedia 이렇게 10여개 정도.. 이런 회사들에 이력서를 넣는 날이 오다니 ㄷㄷㄷ하다;; 이 중에 하나만 걸리면 좋겠다 ㅋㅋ 넣고 싶었는데 못 넣은 회사도 좀 있었는데 겨울에 더 큰 Career Fair 가 있으니 뭐~ 선물도 나름 쏠쏠했다. 자동우산, USB 허브, 독서 라이트, 티셔츠, 각종 펜 등등… 어제 300개 회사를 막 돌아다니면서 수집했어야 하는데 ㅠㅠ

3) 열리고 나서

회사들은 보통 수집한 Resume 를 추려서 Pre-screening 을 해 일부를 쳐낸다-_-;;; 그리고는 채용 담당자들이 학교로 찾아와 On-Campus Interview 를 하는 경우가 많다. Internship의 경우는 전화 인터뷰가 흔하다고 한다. 이 과정까지 살아남으면 이제 회사에 가서 최종 인터뷰를 한다. 그리고 합격하면, 일하면 된다!

회사들은 또 학교에서 Information Session (회사 설명회) 같은 걸 많이 여는데, 여기 가면 공짜 밥을 얻어먹을 수 있어서 학생들이 붐빈다. 여기서 이력서를 내기도 한다. 지난 주에는 삼성 Information Session 이 있어서 갔는데, 예상보다 외국 학생들이 많이 와서 놀랐다 ㅋ 그런데 나오는 질문들은 “정말 한국가서 일해야 하나요?” “1주일에 80시간씩 일한다는게 사실인가요?” 뭐 이런 (그들에게는) 민감한 질문들이 많았다 ㅎㅎ

p.s. 이래놓고 여름에 학교에서 연구할 기회 생기면 연구를 택하게 되지 않을까…

Author: mcpanic

어떻게 하면 보다 사람냄새 나는 기술을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는 Human-Computer Interaction (HCI) 연구자 / 컴퓨터과학자 / 새내기 조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