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선정하기

앞선 글에서 환경의 중요성에 대해서 주저리주저리 떠들고 나니, 자연스럽게 보다 피부에 와닿는 주제인 학교 선정하기의 문제로 생각이 옮겨왔다. 학교야말로 환경을 결정짓는 가장 큰 요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좋은 학교에 가고 싶다 / 가고 싶은 학교에 지원한다 포스트의 업데이트 버전 정도의 글을 쓰고 싶었다.

 

추천서 관련해서 우리과 젊은 교수 Jeff 와 미팅하면서 들은 이야기..

자기는 스탠포드, 버클리, CMU 박사를 다 붙어서 visit day 때 세 학교를 다니다가 버클리에 남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이유가 뭐냐고 물었다. 같이 일할 사람들 학교의 위치가 마음에 들어서.

 

역시 같이 연구하는 Ranjitha 에게 들은 이야기..

스탠포드에서 학부를 졸업하고 박사를 딱 두군데 스탠포드와 MIT만 넣었는데 둘다 합격했단다. 왜 여기에 남았냐고 물었다. 답은… 날씨

 

우리 랩 박사 5년차 Joel 에게 들은 이야기..

졸업하고 나서 뭐할거냐는 얘기가 나왔는데, 자기는 좀더 다른 방향으로 HCI 연구를 하는 조직에서 경험을 쌓고 싶단다. 아무래도 스탠포드는 연구그룹 크기가 작아서 보다 다양한 사람들과 인터랙션을 하기에 어려움을 느꼈다고 한다. 그도 그럴것이, HCI 연구를 주 연구테마로 잡아서 일하는 교수님이 우리 과에 2명 (1+0.5+0.5)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지도교수인 Scott을 제외하면, Jeff은 Visualization 이 주 연구분야이고 Terry는 연구에서는 손을 떼고 커리큘럼 디자인 같이 좀더 ‘스케일 큰’ 쪽 일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면 규모는 아주 중요한 요소이다. 특히 HCI 연구에 있어서는 더더욱. 많은 경우 다양한 분야의 지식이 융합되어 하나의 프로젝트가 이루어지게 되는데, 내가 하는 연구만 해도 CS 뿐 아니라 디자인, 머신러닝, 알고리즘, 창의성, 지적재산권 등의 다양한 이슈들이 엮여 있다. 나 혼자서 이 모든 분야의 지식을 갖추고 있기는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외부의 도움을 필요로 하게 되고, 이 때 캠퍼스 내에 뛰어난 해당 분야 교수님이나 학생들을 찾아 조언을 구하는 일이 흔하다. 스탠포드의 장점은, 모든 분야가 두루두루 뛰어나고 아주 개방적인 분위기라서 이런 도움을 받을만한 환경이 잘 되어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단점은, 두루두루 뛰어나기는 한데 HCI 연구 그룹의 크기가 크지 않아서 분야 내 리소스가 비교적 제한되어 있다는 것이다.

 

요즘 HCI 전반적으로 보면 대체적인 규모로 판단했을 때 학교 중에는 CMU, University of Washington (UW)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고, 연구 랩 중에는 MSR (Microsoft Research) 가 단연 돋보인다. 얼마전에 학회가서 들은 얘기인데, 가장 큰 학회인 CHI 에 UW에서 46개인가의 논문을 제출했다고 해서 엄청 놀랐더니 옆에 있던 CMU에서 온 사람이 자기네들은 71개를 제출했다고 했다;;;; 그러자 또 그 옆에 있던 MSR 에서 온 사람이 자기네들은 101개 냈다고… 우리 랩에서는 한 10개정도 제출한듯? 스탠포드 전체를 합쳐도 20개 되기 어려울 듯하다.

 

암튼 요점은, 스탠포드에서 나와 fit 이 딱 맞는 연구를 할 수 있다면 좋은 선택이지만 분야 탐색을 하고 싶다면 규모가 보다 큰 CMU나 UW 같은 학교가 나을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을 알고 있는가, 또 그 하고 싶은 것에 대해 얼마나 확신이 있는가가 아닐까.

 

미국에 와서 눈칫밥 2년차로 이것저것 보고 듣고 나니 학교별로 대충 분위기를 알 것도 같고, 세부 연구 분야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방향이 잡히는 것 같다. 그렇게 2년전 지원할 때보다 길이 많이 좁아지고 분명해진 것 같다. 그러고 나니 안 좋은 점은 나와 fit이 딱 맞을만한, 그래서 가고 싶은 학교가 많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그 학교들만 딱 넣기에는 risk도 크고 올리젝의 공포도 있고… 암튼 지도교수님과의 상의 끝에 원래 가고 싶은 학교에 교수님 추천 등의 요소를 고려하여 몇 개의 학교를 더해 8개 학교에 지원하기로 결정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