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하지 말자?

문화 차이에 대한 글을 두 번 연타로! ‘우월’이 아닌 ‘차이’이다. 나는 미국에 와 있는 International 유학생이니 이 곳 문화에 적응해야 하는 위치에 있는 것뿐, 우월을 논하는 것은 의미도 없고 가능한 일도 아닌 것 같다. – Disclaimer

이번에는 ‘겸손’에 대한 개념 차이이다. 물론 미국에서도 겸손은 미덕인 것 같다. 다만 우리와 겸손의 미덕이 다를 뿐. 우리나라에서는 겸손한 표현을 적절히 해 주는 것이 원만한 인간관계 유지에 있어 중요하다. 겸손함이 부족하면 이른바 ‘잘난척하고 나대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말하는 것을 보면 서로 조심조심한다는 느낌을 받는 경우가 많다. 물론 나이가 어릴수록 이런 분위기가 덜한 느낌이 들기는 한다.

겸손을 드러내는 데에는 두가지 방향이 있는 것 같다. 손사래를 치며 ‘겸손한 표현’을 하는 경우와 ‘묵묵히 있는’ 경우. 직접적으로 겸손한 표현을 하는 경우 미국의 문화적 코드에 맞지 않게 표현하면 ‘말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A: ‘포토샵 잘해?’
B: ‘그렇게 잘하지는 않아. 좀 해’
이런 대화가 있다고 하면 우리나라 사람과 미국사람이 B의 포토샵 실력에 대해 느끼는 정도는 좀 다를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는 ‘좀 한다’고 하면 일반적으로 ‘꽤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ㅋㅋㅋ 그런데 여기서 그렇게 말하면 정말로 ‘조금만 할 줄 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물론 대화의 컨텍스트마다, 당사자마다 다르기는 하겠지만 말이다.

계속해서 성급한 일반화가 난무하는 것 같기는 하지만 (<- 이런 표현도 삼가야 하는 건가 ㅋ)

이 곳의 한국학생들의 몇몇 안타까운 에피소드들을 들어보면 묵묵히 자기할 일 잘 하다가 뒤통수 맞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 같다. 선배들은 조언한다. 절대 내가 원하는 것을 감추지 말라고. 특히 교수와의 관계에 있어서. 묵묵히 시킨 일만 하려는 자세는 누구에게도 도움되지 않는다고. 나의 의사를, 내가 원하는 것을 명확하게 표현하는 것을 무례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오히려 이를 명확히 표현하지 않는 것은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뜻으로, 조금 비약하면 관심없다는 뜻으로 이해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은 ‘센스’의 문제가 아닌가 싶다. 적절히 이 곳에서 미덕이라고 느낄 정도의 겸손을 보이면서 나의 능력과 자신감을 구체적으로 표현하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