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es for vision-oriented me

학문과 질문

January 28, 2010 by mcpanic  
Filed under 연구

배울 학 / 물을 문. 학문을 하는 사람, 즉 학자란 묻는 법을 익히고 질문을 던지는 사람.

 

기본 중의 기본을 새삼 많이 느낀다. 이기적이라 할만큼 나의 이해에 초점을 맞추고 조금이라도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 있으면 묻고 대화하고 깨달아 나가야 한다. 이해를 못하면서 이해하는 척하고 넘어가다가는 결국 벽에 부딪힌다. 우리나라와 미국의 학습 문화에 있어서 가장 큰 차이라고 느낀 것이 바로 내 이해정도에 대한 피드백을 상대방에게 주는 것이었다. 아니 어찌보면 나라의 차이도 있겠지만 나의 습관이라고 보는 것이 더 맞을 것 같다.

 

예를 들어 연구 미팅을 한다고 가정하자. 새로운 연구 결과나 용어가 언급이 되면, 나는 머릿속에서 ‘아 모르는거네.. 나중에 찾아봐야지’ 하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았다. 다른 사람의 시간을 빼앗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전체 흐름을 방해하는 것 같기도 해서. 암묵적으로 ‘어느 정도 선’까지 정보를 얻으면 알아서 나중에 내가 부족한 부분을 메꾸어 나가는 것에 익숙하다. 그런데 이곳 친구들은 상대가 누구건 상관없이 자신이 완전히 알아들을 때까지 다시 묻고 또 묻는다.

 

얼마전 어디선가 본 글이 기억에 남는다. “영어권 문화에서는 화자가 자신의 말을 청자에게 이해시킬 의무가 있다고 느끼고, 동양 문화에서는 청자가 화자의 의중을 파악할 의무가 있다고 느낀다.” 그래서 영어권 문화에서는 “You know what I’m saying?”, “Am I making myself clear?” 라는 말이 화자의 입에서 끊임없이 나온다. 우리나라에서는 청자의 머릿속에서 복잡한 이해의 과정이 화자의 말 중간중간 바쁘게 돌아간다.

 

또하나 느낀 건 바보같은 질문이어도 의미가 크다는 것이다. 질문은 단순히 궁금한 것에 대한 답을 요구하는 수동적인 과정이 아니다. 상대방에 대한 소통이고 또 논의를 움직이는 힘이 된다. 역시 미팅에서 많이 발생하는 상황이다. 누군가가 굉장히 단순해 보이고 지금 굳이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 질문을 한다. 그러면 나는 생각한다. ‘굳이 저런걸 왜 지금…’ 그런데 이제부터 마술이 일어난다. 상대방은 굉장히 성실하고 깊이있는 답변을 한다. 그리고 대화는 점점 내가 미처 모르고 있던 부분으로 조금씩 확대되고, 논의는 이미 새로운 국면으로 진행된다. 질문을 통해 새로운 토픽이 제시되고 새로운 관점이 더해져 이야기는 더욱 흥미로워진다.

 

결국 연구의 본질은 제대로 된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남이 던진 질문에 답을 하려면 취직을 하면 되고, 내가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하고 싶으면 (꼭 해야되는 것 같지는 않다 ㅎㅎㅎ) 연구를 하면 되는 것 같다. 여기서 흥미로운 건 벤처나 창업. 역시 스스로 문제를 만들어내고 답하는 방법을 찾아야하는 과정이다. 이게 매력일지도.

 

연구하는 학생의 입장에서 세가지 질문의 방법을 계속 머리에 되새길 필요가 있다.

- 나에게 스스로 질문을 던진다

- 주위 사람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 교수에게 질문을 던진다

영어에 대한 몇 가지 생각

February 27, 2009 by mcpanic  
Filed under 사는이야기, 유학

아무래도 유학생이다보니 영어에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영어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도 상당한데, 덩달아 한국말도 조금씩 버벅거리기 시작하고 있다. 이런… 블로그 포스팅이라도 열심히 해서 우리말 연습을 꾸준히 해야겠다는 생각도 문득 든다. 아무튼 영어를 좋든 싫든 자주 쓰게 되면서 내가 무엇이 부족하고, 더욱 원활한 소통을 위해 어떤 것들을 갖추어야 할 지에 대해 고민을 한다. 요즘 하는 생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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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회화에서는 쉬운 동사를 잘 써야 한다. go, come, push, pull, bring, take, get, put 등등의 단어는 어마어마하게 많은 용도로 사용되고 또 미세한 의미를 표현하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이러한 동사 + in, out, over, below, up, down 등등이 붙으면서 의미가 분화된다.

상황에 따라 대처도 달라야 한다. 막히지 않고 계속 흘러가는 것이 중요한 대화가 있고 정확한 뜻을 전달해야 하는 대화가 있다. 전자의 경우 빈도는 높지만 중요도는 크지 않은 상황이 많다. 일상 회화라든가 친구들과의 대화 등등. 이 때는 어떻게든 빠른 리액션을 보이면서 말을 더듬지 않고 fluent 한 느낌을 주는 것이 좋은 것 같다. 물론 부작용도 있다.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황에서 맞장구만 치고 그럴 듯하게 말하다 보면 대화가 단절되기 쉽다는.. 후자의 경우 연구나 전공지식과 직결 되는 수업 발표나 교수님과의 대화 등의 중요한 상황들이 많다. 단어 선택도 중요하고 조리있게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해를 잘 시켜야 한다. 영어를 잘 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발음, 단어 등등 많은 요소가 있겠지만 결국 이러한 요소들이 모여서 얼마나 내 말을 잘 이해시키는가가 중요한 것 같다. 그러기 위해서는 미사여구를 동원해서 fancy 하게 말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건 내공이 쌓였을 때 구사할 만한 전략인듯?) 정확하고 간결하게 나의 의도가 명확히 드러나게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하나 중요한 요소는 뉘앙스이다. 이것이 참 어려운데, 똑같은 이야기를 해도 그 뉘앙스를 잘 살려서 말하기가 어려운 것 같다. 분명 이 상황에 보다 적합한 말이 있는데 그게 뭔지 잘 모르겠고, 비슷하게 에둘러서 표현은 하는데 표현이 참 우직해 보이는.. 아무래도 뉘앙스를 살리는 데에는 경험의 역할이 큰 것 같다.

문화를 잘 알아야 한다. 대화 도중에는 요즘의 사회적 이슈, 티비나 연예인, 미국에서 애들이 접했던 문화, 미국에서 많이 쓰는 물건 등에 대한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이런 용어들은 고유명사이기도 하고 듣는다고 해석이 가능한 것들이 아니기 때문에 들리기는 하지만 무엇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어쩔 수 없다 이런건. 물어서 배우거나 혼자 찾아보면서 익히거나 하는 수밖에. 미수다에 나오는 외국인 출연자들이 피구왕 통키나 마지막 승부, 광주 민주화 운동 같은 것을 잘 알기 기대하기 어렵지 않은가.

겁이 없어야 한다. 어차피 학교는 외국 애들 천지이다. 표준 영어와 미국식 발음을 구사하는 사람보다 그렇지 않은 사람이 더 많은지도 모르겠다. 결국 더 자신있고 분명하게 표현하면 대화는 더 잘 흘러가기 마련이다. 또 미수다 얘기인데;; 브로닌 같은 사람이 말도 안되는 한국어 실력으로 처음 출연했음에도 지금과 같은 터줏대감 위치에 오른 것은 순전히 겁없음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한국말을 못해서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당연한 것이고 그럼에도 손짓발짓 써가면서 표현을 하고 소통을 할 수 있으면 되는 것 아닌가. 이런 사람들이 결국 늘기도 훨씬 빨리 는다.

겸손하지 말자?

October 19, 2008 by mcpanic  
Filed under 유학

문화 차이에 대한 글을 두 번 연타로! ‘우월’이 아닌 ‘차이’이다. 나는 미국에 와 있는 International 유학생이니 이 곳 문화에 적응해야 하는 위치에 있는 것뿐, 우월을 논하는 것은 의미도 없고 가능한 일도 아닌 것 같다. – Disclaimer

이번에는 ‘겸손’에 대한 개념 차이이다. 물론 미국에서도 겸손은 미덕인 것 같다. 다만 우리와 겸손의 미덕이 다를 뿐. 우리나라에서는 겸손한 표현을 적절히 해 주는 것이 원만한 인간관계 유지에 있어 중요하다. 겸손함이 부족하면 이른바 ‘잘난척하고 나대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말하는 것을 보면 서로 조심조심한다는 느낌을 받는 경우가 많다. 물론 나이가 어릴수록 이런 분위기가 덜한 느낌이 들기는 한다.

겸손을 드러내는 데에는 두가지 방향이 있는 것 같다. 손사래를 치며 ‘겸손한 표현’을 하는 경우와 ‘묵묵히 있는’ 경우. 직접적으로 겸손한 표현을 하는 경우 미국의 문화적 코드에 맞지 않게 표현하면 ‘말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A: ‘포토샵 잘해?’
B: ‘그렇게 잘하지는 않아. 좀 해’
이런 대화가 있다고 하면 우리나라 사람과 미국사람이 B의 포토샵 실력에 대해 느끼는 정도는 좀 다를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는 ‘좀 한다’고 하면 일반적으로 ‘꽤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ㅋㅋㅋ 그런데 여기서 그렇게 말하면 정말로 ‘조금만 할 줄 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물론 대화의 컨텍스트마다, 당사자마다 다르기는 하겠지만 말이다.

계속해서 성급한 일반화가 난무하는 것 같기는 하지만 (<- 이런 표현도 삼가야 하는 건가 ㅋ)

이 곳의 한국학생들의 몇몇 안타까운 에피소드들을 들어보면 묵묵히 자기할 일 잘 하다가 뒤통수 맞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 같다. 선배들은 조언한다. 절대 내가 원하는 것을 감추지 말라고. 특히 교수와의 관계에 있어서. 묵묵히 시킨 일만 하려는 자세는 누구에게도 도움되지 않는다고. 나의 의사를, 내가 원하는 것을 명확하게 표현하는 것을 무례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오히려 이를 명확히 표현하지 않는 것은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뜻으로, 조금 비약하면 관심없다는 뜻으로 이해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은 ‘센스’의 문제가 아닌가 싶다. 적절히 이 곳에서 미덕이라고 느낄 정도의 겸손을 보이면서 나의 능력과 자신감을 구체적으로 표현하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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