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 첫 해를 마치며

너무 오랜만에 쓰는 글이라 블로그가 낯설기까지 하다.

어느덧 유학 와서 1년이 흘렀다. (실제로는 9개월이 좀 넘었지만 academic year 로는 대략..)

참 많은 일이 있었고, 보고 듣고 배운 것도 참 많았던, 그래서 뿌듯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정신없이 흘러갔던 시간이었다. 그 어느때보다 여러가지 압박과 스트레스를 느꼈고, 또 지적 자극을 많이 받았다. 여러가지 소소한 성과에 기쁘기도 했고 좌절을 맛보기도 했다. 여러날 밤을 새가면서 프로젝트에 몰두하기도 했고 미드에 빠져 며칠이고 한 자세로 멍때리고 있기도 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성과는 연구가 무엇인지, 또 내가 하고 싶은 연구는 무엇인지에 대해 보다 뚜렷한 비전을 같게 되었다는 것이다. HCI 연구의 최신 동향을 최전선에서 바라볼 수 있는 좋은 환경에서, 논문 속에서만 이름을 봐오던 쟁쟁한 연구자들과 한솥밥을 먹으며 (수요일마다 부페식으로 lunch meeting 이 있으니까…), 열띤 토론과 피드백의 문화 속에서 그야말로 a small step forward 를 이룬 것 같다.

당장은 몸도 마음도 많이 지쳐있는 상태이다. 아래 사진처럼 배터리 부족 표시가 깜박거리는 것 같다. 재충전이 필요하다. 할 것들, 하고 싶은 것들은 너무도 많이 보이지만 움직여지지를 않는다. 어쩄든 첫해를 무사히 살아남은 스스로에게 약속했던 큰 선물도 줬다 ㅋㅋㅋ 조금 숨을 돌리고 나서 다시 연구 한복판으로 뛰어들면, 좀더 추진력과 통찰력을 가지고 연구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여름에는 연구와 프로젝트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될 것 같아서 조금은 여유를 가지고 큰 그림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image Image from Kolby Schnelli at Flickr